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1)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1)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3.29 11:40
  • 호수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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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을 살찌우게 하는 푸른 물고기 '청어'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현재와 달라진 우리 수산물의 현황을 살펴보고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청어(靑魚)【비웃】

청어는 색깔이 푸르기 때문에 이름이 붙었다.

:『도경본초』에 이르기를 ‘청어는 강이나 호수에서 나는데 잡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다.  환어와 비슷하지만 등이 새파란 색깔이고 머릿속에 침골이 있는데 삶아서 햇볕에 말리면 호박과 같다. 삶아서 두들기면 술그릇이나 빗과 빗치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에 이르기를 ‘청(靑) 또는 청(鯖)이라고도 쓰는데 색깔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했으니 이것이 본초 관련서에 기록된 청어다.

『화한삼재도회』에서도 ‘청어는 등의 방골을 잘라내 두 마리를 소금에 절여 한손으로 만든다. 색깔이 자줏빛 나는 붉은색인 것이 가장 좋다. 멸치 기름을 발라 말리면 색깔이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청어도 말린 것이 자줏빛 나는 붉은색인 것을 귀하게 여긴다. 말리는 법은 등을 가르지 않고 새끼줄로 엮어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하면 멀리 보내거나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속칭 관목이라고 하는 것은 두 눈이 새끼줄로 꿸 수 있을 만큼 투명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잡는 즉시 배위에서 말리 것이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평설

청어목 청어과 물고기인 청어는 어명고에 한글로 ‘비웃’이라고 기록돼 있다(훈몽자회). 『재물보』에는 별칭을 누어라 했고 『명물기략』에는 값싸고 맛이 있어 가난한 선비들이 잘 사먹는 물고기라 선비들을 살찌우게 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비유어’로 기록돼 있다.

동해안에서는 등어, 전남에서는 고심청어, 경북에서는 눈검쟁이, 푸주치로 불리며, 서울에서는 크기가 크고 알을 품은 청어를 구구대라 한다. 또 고심청어, 푸주치, 눈검쟁이, 갈청어라는 별칭도 있다.

청어는 한국 연근해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소형어종으로 수온이 2~10도인 저층 냉수대에서 서식한다. 산란기는 겨울에서 봄 사이며, 외해에서 연안 또는 내만의 암초지역이나 해조류가 분포한 지역으로 이동해 산란한다.

어명고에서는 중국문헌을 인용해 ‘환어와 비슷하지만 등이 짙은 푸른색이고 머릿속에 침골이 있는데 삶아서 햇볕에 말리면 호박과 같다. 불에 달구어 두들겨 술그릇이나 빗과 빗치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며 우리 청어와 다른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우리는 한자를 빌려 사물을 기록했다. 그 결과 실제 같은 한자 이름을 쓰면서도 중국의 사물과 우리의 사물이 일치하지 않기도 해서 혼선이 생긴다. 중국의 청어는 길이가 200㎝ 무게는 80㎏까지 자라는 잉어과의 대형 민물고기다. 비록   한자이름은 같아도 우리 청어와는 전혀 다른 물고기다.  그러나 『화한삼재도회』에서 나오는 청어는 우리 바다 청어와 같은 것이다.

어명고에 ‘하룻밤을 지나고 난 것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고 한 것은 등 푸른 생선인 청어가 상온에서 쉽게 부패하는 것을 말해 싱싱하지 않은 것을 먹으면 식중독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청어 설명 중 ‘속칭 관목’은 오늘날 ‘과메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겨울에 잡은 청어를 배를 따지 않고 소금을 치지 않은 채 그대로 엮어 그늘진 곳에서 겨우내 얼렸다 말리기를 반복하는 것은 ‘냉훈법’이라는 가공법으로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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