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_서귀포항
우리바다여행_서귀포항
  • 배석환
  • 승인 2018.03.15 09:34
  • 호수 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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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학이 서린 서귀포항
새섬
새섬

 

새섬
새섬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포항. 어선들의 엔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만 메아리치는 여느 다른 항구와 다르게 천혜의 자연환경이 선사하는 비경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항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항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새섬’이다. 지난 2009년 완공된 새연교라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여행객들이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다. 물론 자연경관의 보호를 위해 밤10시 이후는 통제를 받는다.

본래 명칭은 모도(茅島)이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지붕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억새풀인 ‘새(茅)(띠)’가 많아서 새섬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는데 1960년대 중반까지 사람이 거주한 섬이었다. 한라산이 폭발하면서 이곳으로 날아와 섬이 됐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연교
새연교

서귀포항 근처의 수많은 볼거리 들 중 가장 으뜸은 천지연폭포일 것이다. 낮 동안은 시원함을 선물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매력은 밤에 표현된다. 그 이유는 새연교와 마찬가지로 조명 때문이다. 하얀 폭포수 줄기를 한복의 다홍색 치마를 연상하게 하는 동양의 고혹적인 자태의 여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항구 뒤편으로 이어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제주만의 돌담이 남아있는 골목풍경과 여러 예술 작품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목 곳곳에 설치된 조각들과 그림, 그리고 시 구절들은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지만 정확히 말해 ‘이중섭 거리’라 불린다.
 

이중섭거리
이중섭거리

미술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거침없는 획으로 그린 ‘소’라는 작품은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는 몰라도 그림을 보는 순간 살며시 속으로 ‘그래 이 작품’하며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중섭거리
이중섭거리

하지만 이중섭 화백의 삶은 비운의 천재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고통 그 자체다. 힘들었을 삶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을 그렸기에 그의 삶이 헛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위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변명이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당시 화폭에 옮길 작품 구상을 위해 걸었을 산책로 또한 다잡음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그렇게 수십 번의 번뇌와 싸웠을 것이다.

그가 11개월 정도 머물렀던 초가집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다시 복원해 주민이 살고 있다. 그 한편에 그를 기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때 당시 그대로. 정말로 한 평 남짓한 방이다. 가족과 함께 살았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단칸방이다. 실제로 이러한 공간에서 작품을 그렸다는 것은 아니다. 제주, 그리고 서귀포에서의 삶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너무도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인생의 고통을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했을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에 도움을 주었다고 호사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중섭거리

비가 내린다. 이중섭 화백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아마도 제주를 적시는 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람은 언제나 옆에 있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고개 돌리면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존재다.

그가 걸었을 거리 곳곳에 자세한 설명이 첨부돼있다. 그러한 설명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타인의 삶의 무게는 몇 개의 문장으로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귀포항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부분에 그가 칠해 놓은 굴곡진 화폭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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