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깊이만큼 음식 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바다 식재료
바다의 깊이만큼 음식 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바다 식재료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3.08 17:55
  • 호수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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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요리연구가·셰프

 

나는 한식만이 지니고 있는 음식 맛의 깊이와 차별성에 매료되어 30년 동안 오직 한식 분야 외길만을 묵묵히 걸어왔다.

비싼 돈을 지불해야하는 코스 요리를 제외하고 주 음식 하나와 사이드 메뉴가 전부인 서양 음식과 달리 한식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다. 그리고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조리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는 점도 한식만의 차별성이라 하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 각 지역별 특색 있는 음식 문화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식 맛의 깊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식만이 지니고 있는 차별성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해산물과 바다 식재료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우리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될 젓갈류 역시 바다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 한식 고유의 감칠맛을 나게 하는 육수 역시 멸치와 다시마가 주재료라 할 수 있다. 멸치와 다시마를 활용한 육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멸치육수는 찌개나 전골, 국 등에 꼭 들어가야 하며 고기로 육수를 낼 때도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기름 없이 볶아서 소고기와 같이 육수를 만들면 감칠맛이 훨씬 더 증가하며 추가로 다시마를 첨가하기도 한다.

멸치는 크게 젓갈용과 국물용, 볶음용으로 나뉠 만큼 활용도가 무척 다양하며 한식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한식 맛의 1등 공신, 멸치여 영원 하라!

한식 외길 30년을 걸어오며 내가 가장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재료인 멸치가 최근 어획량이 줄어 내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더불어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해역에 불법으로 들어와 소중한 해안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것 등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바다 자원 보존 = 한식 맛 보전

바다, 해양자원을 살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큰 대의명분이 있지만 한식 전문가인 나로서는 한식 맛 보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식 맛의 깊이와 감칠맛을 좌우하는 멸치 등 바다 식재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어쩌면 한식 고유의 맛을 낼 수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은 사람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식은 자연이 제공하는 다양한 식재료를 그 어떤 나라 음식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제철 식재료를 잘 활용한다면 건강 유지와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또한 해외로 이민을 가도 평생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인 김치, 청국장, 된장 같은 음식이 생각난다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식 맛의 전통을 잘 이어가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느끼게 된다.

한식 요리 전문가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와 조리법 개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더불어 신선한 바다 식재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식 고유의 맛을 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소중한 바다 자원을 아끼고 보존하는 일에도 앞장서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동안은 한식 요리 전문가로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바다모래채취 금지 등 바다 자원 보호에도 앞장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작은 멸치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바다 자원 전체를 아끼고 보호하는데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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