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9)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9)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2.22 01:12
  • 호수 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 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과거와 달라진 우리 수산물의 생태를 비교해보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몸 전체가 희고 맑은 빙어

빙어(氷魚)【빙어】

길이가 겨우 두어 치다. 비늘이 없고 몸 전체가 희고 맑아서 두 눈의 검은 점으로 식별할 수 있을 뿐이다. 빙어가 오는 때는 반드시 동지를 전후한 때여서 얼음을 뚫고 그물을 던져서 잡는다. 입춘 이후에는 색깔이 점차 푸르러지고 나오는 것도 점차 드물어지다가 얼음이 녹으면 볼 수 없는 까닭에 빙어라고 한다.

‘화한삼재도회’에서 이르기를 빙어는 늦가을 무렵부터 겨울 초엽에 이르기까지 어살에 모인 것을 뜰채로 잡는다라고 했는데 대체로 일본의 계절이 우리나라보다 1~2개월 이르기 때문이다.

또 ‘화명초’를 인용해 빙어를 소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자서를 상고해 보면 “다만 소는 잔물고기다”라고 말했을 뿐 형상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서 이 물고기 인지 알지 못하겠고  또한 중국에도 이 물고기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한강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고 장단의 임진강, 평양 대동강의 것이 그 버금가며 호서의 금강 상 ·하류 및 호남의 함열 등지, 영남의 김해 등지에도 있다.

 

평설

빙어(氷魚)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의 작은 물고기로 예로부터 빙어라고 불려왔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동어, 과어, 공어라고 불렸다.

어명고에 기록된 빙어의 표준명은 학자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백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바다빙어목 뱅어과의 ‘붕퉁뱅어’로 비정되기도 한다(최기철, 2002). 그러나 ‘한국어도보’에는 빙어의 현재명이 빙어로 기재돼 있다(정문기, 1991).

어명고에 나오는 빙어 설명의 요점은 ‘색깔이 희다’는 점, 한겨울에만 나오고 더워지면 사라진다는 점이다. 바로 빙어의 성상이다. 빙어는 주로 강이나 호수에도 살지만 원래는 바다와 강을 오르내리는 종이다. 현재 소양호나 춘천호에 살고 있는 빙어는 강과 바다로 오가는 성질을 잃어버리고 민물에 적응한 육봉형이다.

어명고에서 저자가 ‘바닷물고기 중 확인하지 못한 것’에서 회잔어를 검토하면서 백어라고도 불리는 회잔어가 빙어가 아닌 이유를 ‘색상이 자못 지금의 빙어와 같지만 빙어는 강에서 나는 것이지 바다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 봄이 되면 색깔이 푸르게 된다는 것은 뱅어의 속성이 아니다. 어명고의 빙어는 바닷물고기인 뱅어가 아닌 민물에서 나는 오늘날의 빙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