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_ 완도 평일도
우리바다여행 _ 완도 평일도
  • 배석환
  • 승인 2018.02.08 00:55
  • 호수 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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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의 고장 ‘평일도’

 
 

소량대교
소량대교

 

 

용황리 갯돌밭
용황리 갯돌밭
용황리 갯돌밭
용황리 갯돌밭

아무것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차가운 겨울바다. 그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부표들과 지주목들이 평일도(금일도)로 가는 길목마다 자리하고 있다. 고금대교와 약산연도교를 지나 당목항에 도착하니 평일도로 가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매표소로 달려간다. 운항시간표를 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30분 간격으로 뱃길이 열리니 눈앞에 여객선을 놓쳐도 그리 걱정할 것 없었다.

 과거 평일도는 행정구역상 완도군에 속해 있는 섬이지만 지리적으로 고흥군에 가깝다. 그래서 고흥군 관할인 마량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들 사이에 연륙교가 만들어지면서 조약도 당목항에서 15분 정도면 당도할 수 있는 가까운 섬이 됐다. 여기에 고흥군이나 장흥군과 연결된 뱃길까지 합하면 육지의 시골마을보다 교통이 좋은 편이다.

양식장으로 가득 찬 바다를 구경하기도 잠시. 배는 평일도에 도착한다.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던 버스와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바쁘다.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아니라면 섬을 걸으며 둘러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섬을 상징하는 볼거리들이 한군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읍사무소가 있는 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정겨운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가장 먼저 ‘용굴’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좁은 농로를 따라 도착하니 특이한 바위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굴과는 다르다. 반대편이 훤히 보이는 뚫려있는 굴이다. 측면에서 보면 코끼리 바위 모양을 하고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 용굴로 불린다.
 

용굴
용굴

언덕 빼기 위로 놓여 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다시마와 전복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해안길을 따라 길게 소나무 군락지가 늘어서 있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로 심어 놓은 소나무가 자라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해송림 사이 나무로 만든 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다. 천천히 걷노라니 솔잎 향기가 그윽하다. 이 곳 소나무는 육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소나무보다 껍질의 색깔이 검다 해서 흑송, 또는 억세다 해서 곰솔이라 불리고 있다.

평일도
평일도

해송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고운 모래사장이 길게 뻗어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으니 ‘금일해당화해변’이다. 겨울이라 해당화는 보이지 않지만 한적한 겨울 모래해변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 파도 대신 수줍은 여인네의 치맛바람처럼 살포시 밀려오는 물보라가 오래전 기억에서 잊혀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조개껍질 줍는 재미에 빠져 한 참을 걷다보니 자그만 섬인 소랑도와 연결된 다리에 다다른다. 평일도도 섬인데 섬 속의 섬인 셈이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지고 있다. 발길을 재촉해 닿은 곳은 온통 조약돌로 가득 찬 해변으로 용황리 갯돌밭이다. 누군가 손톱만한 크기의 조약돌을 뿌려 놓았다. 그것이 인간일리 없으니 자연의 이치가 신비롭기만 하다. 눈이 내리는 길 위를 걷노라면 ‘뽀드득’ 소리가 나는데 이곳은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누군가 구슬 한 말을 쏟아 붓고 있는 듯하다. 어디 한군데 모난 데가 없어 드러누워도 아프지 않다. 추운 겨울인데도 한 낮에 열기를 머금고 있는 조약돌의 온기가 온 몸을 노곤하게 만든다. 시린 겨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다.

평일도는 외침을 받지 않은 ‘평화로운 섬’이란 뜻이다. 완도군 금일읍에 속해 있는 섬들 중 가장 크고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일도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양의 다시마를 채취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 다시마의 고장이라 불린다. 
 

평일도-전복양식장
평일도-전복양식장
평일도-해송림
평일도-해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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