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 책 소 개
수협 문화마당 책 소 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1.25 15:32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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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저  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역자 류승경)    
-출판사
  수오서재

■ 이미 늦었다고 생각될 때

“추억과 희망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 추억은 뒤를 돌아보는 거고 희망은 앞을 내다보는 거지요. 추억은 오늘이고 희망은 내일입니다. 추억은 머릿속에 기록된 역사이고 또한 화가와도 같아서 과거와 오늘의 그림을 그립니다.”

모지스 할머니 그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에 비해 늦은 나이에 세계적인 화가가 됐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삶에 대해 본인이 저술한 자서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할머니 특유의 서정적이고 매력적인 글들은 세련되진 않지만 솔직하고 재미있고 달콤하다. 여기에 그녀만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작품이 더해져 보는 맛까지 더했다.

1부에서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생일이 무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여동생의 요람을 흔들고 숲속에서 꽃을 꺾으며 지낸 행복한 일들부터 12살에 가정부가 돼야 했던 힘든 시절을 회상한다. 2부에서는 남편인 토마스 모지스와 결혼해 남부 지역으로 터를 옮기는 여정부터 시작이다. 열 명의 아이 중 살아남은 다섯 아이들을 살뜰히 키우며 바지런히 보낸 그녀를 만날 수 있다. 3부에서 그녀는 다시 북부로 돌아간다.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비로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경험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라디오 출연부터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상을 받게 된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미국이 들썩거렸다. 온갖 생활용품에 할머니의 그림이 녹아들었고 그녀의 그림이 들어간 크리스마스카드는 1억여장이나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런 열풍에도 그녀는 담담히 말한다.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을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 그보단 다음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합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그녀의 인생과 닮아 있다. 본인의 삶을 하나하나 추억하며 기록하듯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시럽 만들기’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숲에서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시럽을 만들던 어린 시절이, ‘사과 버터 만들기’에서는 밤이 깊어지도록 온 가족이 놀이하듯 버터를 만들던 하루가, ‘오래된 오크 양동이’에는 그 시절 유행한 노랫말과 마을 전설이 녹아 있다.

책 속에서 사랑스러운 그림과 그녀의 소박한 삶이 맞닿아 우리에게 다가올 때 비로소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를 인생이지만 아직은 살아볼 만하다고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것입니다.”

■ 책속으로

나는 다혈질처럼 흥분해서 난리를 피운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도 그런 적이 없어요. 화가 나면 그저 가만히 머릿속으로 ‘이쉬카비블’이라고 말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엔 흔히들 쓰는 표현이었고 ‘악마에게나 잡혀가라’와 비슷한 의미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흥분을 하게 되면 몇 분만 지나도 안 할 말과 행동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벌컥 화를 내버리는 게 앙심을 품고 꽁해 있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습니다. 꽁해 있다 보면 자기 속만 썩어 들어가니까요. -p.193

내 경우엔 노년에 접어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그림을 조금씩 그리긴 했지만요. 그런데 한번은 여동생 셀레스티아가 놀러 와서 내 털실 그림들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언니, 털실로 그림을 수놓는 것보단 물감으로 그리는 게 더 예쁘고 더 빠를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동생 말대로 했어요. 소일거리 삼아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수를 놓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내게는 다 똑같았어요. -p.243

이 나이가 되니 세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차라리 열여섯 살 때가 내 나이를 가장 실감했던 것 같아요. 화이트사이드 부부를 떠날 무렵 나는 성숙했고 평온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난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나는 내가 늙었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아요. 손주 열한 명과 증손주 열일곱 명을 둔 할미이지만요. 참 많이도 두었네요!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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