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28)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28)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1.19 00:06
  • 호수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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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 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과거와 달라진 우리 수산물의 환경을 살펴보고 수산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맛있고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던 꼬막류

감()【강요쥬】

관북에서 나는 조개의 한 종류로 모양은 문합과 같은데 큰 것은 지름이 8~9치 혹은 1자쯤 된다. 껍데기는 누른빛을 띤 검은색이고 가로로 가는 결이 있으며 세로로 기왓골과 같은 문양이 있다. 안에 살이 있는데 맛이 아주 뛰어나다. 현지사람들은 이것을 얇게 두들겨 사방 1치의 조각을 만들고 꼬챙이에 꿰어 햇볕에 말려 술안주로 만드는데 품질이 뛰어나다. 민간에서는 강요주라고 한다.

그러나 『본초강목』에는 ‘강요는 일면 옥요 인데 껍데기가 옥처럼 아릅답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라고 했다. 단성식의 『유양잡조』에 이르기를 ‘옥요는 모양이 방과 비슷한데 길이는 2~3치이고 너비는 3치이다. 이것이 옥요이니 타원형이면서 작아도 마도와 같다’고 했다. 지금 세상에서 말하는 옥요주와는 크기와 색깔, 형상이 서로 같지 않다.

안:『이아』에서는 괴륙이라고 했고 곽박의 주에 이르기를 ‘모양이 해합과 비슷하다. 둥글고 두터우며 밖에는 종횡으로 무늬가 있으니 지금의 감이다’라고 했다. 형병의 『소』에서는 『영표록이』를 인용해 이르기를 ‘와구자는 남중에서 감자라고 하니 그 껍데기가 기와지붕의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강요주라고 부르니 바로 이아의 괴륙이고 본초의 괴합이다. 일명 와옥자라고도 하고 와롱자라고도 한다. 또 다른 이름은 복로다. 『설문해자』에서 이르기를 ‘늙은 박쥐가 변해서 괴합이 됐다. 그래서 복로라고 했다’고 기록돼 있다.


 

평설

어명고의 강요주는 꼬막 종류를 말한다. 꼬막은 꼬막조개과의 조개 종류로 껍데기에 부챗살 모양의 골이 있다. 9~10월에 산란하며 모래 진흙 속에 산다. 강요주는 괴륙, 괴합, 복로, 와룡자와 같은 한자이름 외에 살조개, 안다미조개, 꼬마피안다미조개 등 여러 우리 이름이 있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과 새꼬막, 피조개의 세 종류로 분류된다. 꼬막 중 진짜 꼬막이란 의미에서 ‘참’자가 붙은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졸깃졸깃한 맛이 나며 제사상에 올려져 ‘제사꼬막’이라고 불린다. 꼬막류 중 최고급 종은 피조개다. 꼬막류는 산소가 부족한 갯벌에 묻혀 살기에 호흡을 위해서 혈액 속에 철분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어 붉은 피가 흐른다. 피조개라 이름 붙은 것은 참꼬막과 새꼬막에 비해 월등히 크고 붉은 피를 두드러지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가비를 벌리고 조갯살을 발라내면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꼬막 조개들은 예전에도 맛있고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허균이 쓴 ‘도문대작’에는 ‘강요주는 북청과 홍원에서 많이 난다. 크고 살이 연하며 맛이 좋다. 고려 때에는 원나라의 요구에 따라 모두 바쳐서 국내에서는 먹을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강요주가 ‘크고 살이 연해서 맛이 좋다’고 하니 참꼬막이 아니라 피조개를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우해이어보』를 쓴 김려는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와농자를 ‘관북지방에서 나는 강요주’라고 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어명고에서 큰 것은 지름이 1자가 된다고 했으니  강요주는 피조개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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