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거제 외도
환상의 섬, 거제 외도
  • 배병철
  • 승인 2010.08.04 20:12
  • 호수 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비너스가든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하늘의 조화로 기상이 악화되면 열흘이 넘도록 교통이 두절되던 곳, 선착장도 없어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고립되던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가구 정도가 살았고, 분교도 있었지만 연료가 없어 수백년된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쓸 정도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곳 외도는 그런 척박한 바위섬이었다.

▲ 아담과 하와
외도를 설립한 (故)이창호씨는 69년 바다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피하다 외도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후 약 3년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인 후 처음엔 밀감농장으로, 그 다음은 돼지사육을 했으나 한파와 돼지파동으로 실패하게 되고, 결국 농장대신 식물원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1976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를 받고 4만 7천평을 개간해 원시림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1만 3천평의 수목원을 조성하고, 외도의 자생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 코코아 야자수, 종려나무, 부채선인장, 금목서 등 천여 종의 식물을 심어 바위섬 외도는 식물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부인인 최호숙씨도 전세계의 식물원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수목배치, 조경구상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 천국의 계단
현재는 외도 보타니아(식물이라는 뜻의(botanic)과 낙원(Utopia)의 합성어)라는 이름으로 거제도에 관광을 오는 모든 이들이 꼭 들러보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외도에는 장승포, 학동, 구조라, 와현, 도장포, 해금강 모두 6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며, 대부분의 유람선은 해금강을 거쳐 외도로 들어가 외도에서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관광시간이 주어진다. 유람선에 타고 있는 동안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관광안내를 선장들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어 이채롭다.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도(칡섬)로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천 명과 함께 찾았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렸다.

▲ 화훼단지
주위의 경관으로는 썰물 때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십자동굴, 사자바위, 환상적인 일출과 월출로 유명한 일월봉 등이 있다.

외도 선착장에 내리면 이국적인 남국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건축물이며, 식물들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길 양쪽엔 야자수들이 늘어서 있고, 50여종의 선인장 동산이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 놓은 듯한 비너스가든에 이르러서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게다가 비너스가든에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는 리스하우스가 있다. 리스하우스를 돌아 세계각지에서 들여온 여러 종류의 희귀한 꽃들과 동백꽃들이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는 화훼단지를 거쳐 대나무숲이 우거진 대죽로를 지나면 제1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해금강, 대마도, 서이말 등대가 보이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외도 동섬, 공룡바위 등을 볼 수 있다. 기점인 전망대를 돌아 비탈길을 내려서면 놀이조각공원이 보이는데, 제기차기 ,기마전, 말뚝박기 등의 민속놀이를 표현한 한국전통놀이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동심으로 빠져들어 가는 듯 하다.

이어지는 동백나무사이 오솔길을 지나면 국내 유명 조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이 나온다. ‘아담과 하와’, ‘공허’, ‘아들과 엄마’ 등의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그 예술적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조각공원을 지나면 에덴가든이 있다.

이곳은 7평이 채 안되는 작은 교회로 외도를 들르는 사람은 누구나 여기서 기도를 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 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과 외도 선착장

그 다음 만나는 곳이 편백방풍림을 테피스트리로 잘 짜 놓은 천국의 계단이다. 그 계단사이로 여러 가지 꽃들과 나무들이 주제별로 짜여져 있어 천국에 온 느낌을 준다. 기념사진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내려오는 길에는 갤러리, 선물의 집 등과 수백년된 후박나무 약수터가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준다. 안내 표시판을 따라 돌아본 외도는 1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척박한 바위섬을 이렇듯 환상적인 섬으로 탈바꿈시키신 분들의 노고에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들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