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사람들의 한여름 복달임
남도사람들의 한여름 복달임
  • 김상수
  • 승인 2010.07.14 23:14
  • 호수 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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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 데침

▲ 육수에 살짝 데쳐낸 갯장어 살

한여름, 여수와 고흥 등 남도 갯마을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는 바다먹거리가 있다. 갯장어 데침인데, 남도 특유의 복달임 음식이랄까. 일본말로는 하모(ハモ) 유비끼 혹은 하모 샤브샤브인데, 전문점 간판에 그리 써있으니 밝혀두긴 하나 ‘갯장어 데침’이 옳은 표현이겠다.

갯장어 요리의 본향(本鄕)이라 할 여수에서는 우스갯말로 ‘하모 개시’라는 횟집 플래카드를 보고 여름이 왔음을 안다 할 정도로 전문식당이 여러 곳 성업 중이다.

‘데침’ 등 갯장어 요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한여름 뿐. 입맛 떨어지기 십상이요, 기운을 잃기 쉬운 삼복더위 무렵이 갯장어 제철로 여겨지는 까닭은 몸보신에 그만인 까닭이겠다.

▲ 갯장어 데침요리를 위해 썰어놓은 살점 / 담백한 맛의 갯장어회, 남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한여름 음식이다

▲ 남성 스테미너에 좋은 갯장어 내장
갯장어는 맛도 맛이지만 하절기 건강식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영양가를 고루 갖춘 먹을거리. 다른 장어류와 마찬가지로 갯장어는 소고기에 비해서 양질의 단백질을 세 배 이상 함유하고 있고 특히, 생식기능에 관여하는 비타민 A가 듬뿍 들어있어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강장음식으로 인기가 높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간장의 기능을 돕고 피로회복효과가 높은 타우린을 비롯해 고도불포화지방산 같은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여름보약 같은 식품. 여성들에게도 좋은데,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며,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니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맛볼 일이다.

여수에서는 데침이 특히 인기. 갯장어 뼈와 내장을 우려낸 물에 온갖 채소를 넣어 마련한 국물에 갯장어 살점을 살짝 담갔다 빼면 토막 살이 활짝 핀 꽃처럼 벌어진다. 살에 잔 칼집을 촘촘하게 냈기 때문인데, 한 입에 넣었을 때 달보드레한 맛이 돌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다.

▲ 갯장어의 특징인 날카로운 이빨
남도 어업인들은 주낙을 풀어 이 갯장어를 낚아낸다. 남해안 갯마을 중에서도 갯장어 맛을 아는 이들은 여수·고흥 사람들. 그 어획과 소비도 마찬가지인데, 경호동(경도) 사람들은 해마다 ‘갯장어축제’를 열 정도다.

여수 경도와 고흥 녹동 등 남도 어업인들이 갯장어를 잡아내는 기간은 6월초에서 9월말까지. 물론 9월 이후에도 갯장어가 잡히지만 소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니 조업을 하지 않는다 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는 살이 물러서 제 맛이 나지 않고, 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잔뼈까지 억세어지니 조리에 애를 먹는 까닭이고, 일본 사람들 역시 양력으로 8월 15일이 지나면 더 이상 ‘하모(ハモ)’를 찾지 않으니 수출을 할 수도 없는 일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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