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임의상장제 20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산물 임의상장제 20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1.11 15:44
  • 호수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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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5년도와 2016년도를 비교할 때 계통판매량은 92만톤에서 79만톤으로 13만톤이 감소한 반면 비계통 판매량은 2015년과 2016년도 모두 14만톤 수준을 유지하였다. 계통판매량과 비계통판매량은 산지에서의 유통경로만 다를 뿐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유통시킨다는 것에서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통판매량은 전년 대비 14%가 감소한 반면 비계통판매량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비계통판매량의 상당수가 계통판매에서는 거래될 수 없는 치어(穉魚) 또는 미성어(未成魚) 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1997년 임의상장제 전면 실시 이후 물량 기준으로 1980년에 92.3%였던 계통판매 비율은 2004년에는 60.5%로 하락했고 2016년에는 51.4%를 기록했다. 임의상장제 실시 20년 만에 계통판매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와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산물 산지시장에서 계통판매량보다 비계통판매량이 더 많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임의상장제 실시 이후 비계통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 비계통판매량은 수산물 통계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의 수산자원관리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둘째, 불법어업 행위에 대한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 계통판매는 산지위판장을 통하여 유통되기 때문에 불법조업에 의하여 어획된 수산물이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못하는 반면 비계통판매는 불법어업에 의한 어획물이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 불법조업과 치어 남획 등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소득 규모의 부정확성에 의한 어업피해보상액 산정의 어려움이 있다. 비계통판매량의 증가로 인하여 어업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어업피해보상액 산정시 어업인이 소득자료 미비에 따른 어업인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비계통판매의 무자료 거래로 인한 세금포탈 가능성이 있다. 수산물 거래에 따른 회계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항상 세금 탈루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앞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임의상장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들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불법수산물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산지위판장을 경유하지 않고 비계통판매로 흘러들어가는 어획물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둘째, 비계통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비계통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를 양성화하게 되면 비계통판매의 제시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되어 비계통판매량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셋째, 계통판매량과 어업인 지원제도의 연계가 필요하다. 어업인이 수협을 통하여 혜택은 누리면서도 비계통으로 출하를 하는 것은 대표적인 체리 피킹(cherry picking)으로 볼 수 있다. 어업인에게 제공되는 지원제도와 계통 출하량을 일정 정도 연계하여 조합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수협을 통한 어업인 금융지원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 수협을 통한 금융지원이 한도에 막혀서 유통 상인이 제공하는 선도금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 비계통판매를 이용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선도금을 고리로 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협을 통한 어업의 금융지원 한도의 확대를 위하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산업은 농업과 달리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기반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에서는 일정 정도의 규제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어업활동에 많은 정책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 대만, 노르웨이,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수산물의 유통과정에도 일정 정도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국가가 지정하는 수산물거래소나 단체를 통하여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정확한 수산물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있다.

임의상장제를 실시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수산자원의 보호는 허울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 수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임의상장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2018년은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 100만톤 회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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