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인공지능,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일이다
수산업 인공지능,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일이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1.04 15:51
  • 호수 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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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 경희대 교수·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

노르웨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어류 식별 업무에 인공신경망 칩을 장착한 어류 영상 지식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고등어 등의 생선을 어선에서 잡으면 이들을 분류하여 준비된 창고에 가능한 빠르게 생선을 가득 채울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이 일일이 식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속도도 느리며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각 창고에 올바른 어종이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하고 어획과정에서 해당 생선이 손상이 되지는 않았는지 하나의 자리에 하나의 생선만이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기존의 영상 시스템은 사람이 사용하거나 기계적 자동화를 하는 형태여서 어선의 항해 위치와 어획 시기가 변화하면 물고기의 크기가 특징이 변화하는데 이를 학습하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새로운 시스템은 우선 선원이 사용하기 쉬워야했다. 그리고 1분당 360개에서 600개의 물고기를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또한 보통 한 어선이 출항하면 2주일 이상 항해하기 때문에 출항후 선상에서 다이나믹하게 학습이 가능해야 했다. 전형적인 인공지능의 인공신경망 응용 방법론인데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2005년부터 사용되었고 2008년에는 미국인공지능학회의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창고의 한 자리에 물고기가 들어가게 되면 시스템은 어종이 확인된 경우, 불확실한 경우, 모르는 어종인 경우 등으로 경우의 수를 나눈다. 상태를 확인하고 나면 비디오 패턴 모델과 차이를 분석하여 △제대로 분류된 경우 △손상된 물고기이거나 다른 어종인 경우 △여러 마리가 들어간 경우 △비어있는 경우 등 4가지로 범주를 나누게 된다. 이 인공지능 신경망칩을 개발한 제너럴 비전사는 이렇게 나누는 과정에서 98%의 정확도를 보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시스템 적용으로 어선은 인건비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더 많은 어획량을 얻을 수 있었는데 어선의 창고를 채우는데 보통 7일 걸리던 것을 5일로 단축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노르웨이 어부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게 되는데 기여한 핵심 요소는 고장률 최소화(견고성), 비용과 크기의 최소화(저비용), 동일 항로에 여러 종이 등장할 때 새 모델을 학습하는 것(훈련 용이성) 이었다.

또한 정확도를 위해 뉴런의 수를 늘리는 것이 이슈였는데 제너럴비전사는 한국 기업 네패스와 576개의 뉴런을 가지는 새로운 인공지능(AI)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학습, 인식할 수 있는 메모리 기반의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적은 비용, 저전력으로 빠르게 학습이 가능하고 병렬 구조여서 확장성이 좋다. 

위 사례에서 보듯 수산업에서의 인공지능 기술은 15년전부터 이미 노르웨이에서 시도되어 왔고 10년전에 이미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부터는 한국의 반도체기업과도 협업을 하고 있다. 단지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다. 이렇듯 수산업에서의 인공지능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부터 진행되어 온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다.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위에서 설명한 어류 식별 업무는 인간의 영상 인식 능력을 인공지능이 도와주는 분야이다. 수산업 종사자들이 눈으로 해야 하는 많은 힘든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 해줄 수 있다. 고된 분류 업무에서 벗어난 수산업 종사자들은 더욱 행복하게 더욱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양식장 등의 수산업 환경을 최적화해서 생산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프로젝트도 여러 사례와 방법론, 기술이 존재한다. 생산 이후 어류를 가공하여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인공지능 기법이 기여할 수 있다. 포항의 과메기도, 영광의 굴비도, 속초의 오징어도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여 더욱 고급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기술도, 미래의 기술도 아니다. 지금 활용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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