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_ 여수 화태도
우리바다여행 _ 여수 화태도
  • 배석환
  • 승인 2017.12.28 16:20
  • 호수 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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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인 화태도. 거리상으로 보자면 돌산도에서 수영으로 건너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돌산 군내리 선착장과 신기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어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예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했지만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한 섬이었다. 하지만 2015년 화태대교가 개통되면서 섬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행명소가 됐다.

   

갯가길 걸으며
낚시를 즐기는 섬,
               화태도

화태대교는 근처 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첫 시작이다. 금오도를 비롯해 개도까지 여수를 대표하는 섬을 잇는 대문인 셈이다. 2004년 착공됐고 주탑의 높이가 130m에 달하는 제법 규모가 큰 다리다. 총 길이가 1345m라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차를 타고 달리면 다도해의 깨끗한 바다를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부터 갯가길이 시작된다. 여수의 트레킹 코스인 갯가길은 아직 진행중인 길로 여수반도를 잇는 420km 정도의 코스다. 지난 2013년 첫 코스가 일반인들에게 선보였고, 화태도 갯가길은 5코스에 해당된다. ‘갯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라는 뜻이다. 여타의 다른 섬들에 만들어진 트레킹코스들이 등산로위주로 만들어졌다면 화태도의 갯가길은 일부 코스가 바닷물이 물러나는 시기에만 건널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섬에는 모두 4개의 선착장이 있다. 갯가길을 따라 걸으면 가장 먼저 개머리선착장이 나온다. 아담한 선착장에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가득하다. 섬 주민들의 생업을 위한 어선들은 출항을 언제 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예전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갈대가 우거진 습지를 지나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오고 길은 화태초등학교를 지나 마족선착장으로 이어진다. 이곳 역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섬 주민들 보다 낚시를 즐기려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길은 섬에서 가장 높은 운마산 전망대로 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망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야가 막혀 있다. 내리막길이 가파르다. 멸치로 유명한 대횡간도가 지척이다. 화태도와 대횡간도 사이의 바다는 100여척은 넘어 보이는 낚싯배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는 취미가 등산이 아닌 낚시라는 통계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또다시 선착장이 나온다. 월전 선착장으로 화태도에서 가장 크다.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차들이 들어차 있다. 섬 주민들 차량은 아닐 것이다. 주차할 공간 없이 빼곡하다. 다리가 놓이고 불어 닥친 여러 변화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여유로움이 사라진 섬이라니, 어딘가 아쉽다.

다리가 놓여 졌으니 여객선이 다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는데 여전히 여객선이 다닌다. 주위 섬들로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가야한다. 마지막 종착지는 독정이 선착장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선착장 구조가 섬의 향기를 잃어가는 화태도의 정체성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화태도가 지금의 명칭으로 불리게 된 여러 설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진을 치고 왜적과 대치하고 있을 때 섬이 저절로 울어 왜적의 침공을 알렸다해서 ‘횟대섬’이라 불리었다가 벼 이삭 수라는 의미의 ‘수태도’로, 그리고 의미가 비슷한 벼 화자를 써서 ‘화태도’가 됐다는 것이 유력하다.

멸치를 비롯해 여러 어종의 양식을 하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어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로움을 누리기도 했던 화태도. 하지만 지금은 어업인구가 줄어들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갯가길을 너머 보이는 화태대교가 과거의 영광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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