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수산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사회적 수산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12.20 14:48
  • 호수 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모 수협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농업 부문에서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농업에 관한 공식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농업’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건강, 교육, 사회통합,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경을 위한 영농 사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인구 이탈로 지속적인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한 농촌 지역이 세원(稅源) 확보의 어려움으로 각종 인프라 구축과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가 매우 열악해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유럽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유럽의 사회적 농업에서 ‘사회적’이라는 개념은 주로 농업의 사회통합기능(Social Inclusion)과 지역사회 복지체계(Community Welfare System) 관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5년 8월에 세계 최초로 사회적 농업법을 제정했고 취약계층의 사회적 통합과 포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벨기에는 2005년에 돌봄농가 등록제와 공공지원 체계를 도입했으며 영국은 2003년 설립된 독립적 자선기관 ‘영국 돌봄 영농 네트워크(Care Farming UK)’를 중심으로 농가와 관련 기관 사이 연결망을 구축, 녹색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지적장애인에 일터를 제공하는 작업공동체나 보호작업장 또는 학교 안 농장 조성 등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20세기 후반부터 확산된 원예요법과 원예복지의 영향으로 사회적 농업이 발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농업’과 ‘복지’를 연계하는 정책을 본격 제시하면서 치유농업의 영역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81번째 국정과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의 세부 내용으로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18년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 실시 및 관련 법적근거 마련 추진, 취약계층 대상 영농 활동과 연계하여 건강·교육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농장 육성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농업은 노동통합형, 돌봄형, 교육형 등 3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통합형은 사회적으로 직업이 없어 소득을 얻지 못하는 계층을 농장이나 지역의 자활공동체에서 고용하는 형태이며 돌봄형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농작업과 치료적 요인을 결합한 것이며 교육형은 성인을 대상으로 농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고용 및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과 어촌의 현실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업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어촌의 고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어촌은 일자리 창출 능력을 잃어버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어촌을 떠나고 있어 어촌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만 거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촌에서의 사회복지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동화되고 있는 어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 인력을 유인할 만한 동력은 상실한 상황이다. 농업 부문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농업을 어촌에 적용하여 사회적 수산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회적 취약계층의 재활을 위한 기회를 어촌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어촌의 노인들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어촌 스스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촌의 신규 인력을 유인하기 위하여 어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의 제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에서 뿐 아니라 어촌에서도 사회적 수산업을 통하여 어촌의 사회적 기능을 제고하고 어촌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