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_ 포항 죽도시장
우리바다여행 _ 포항 죽도시장
  • 배석환
  • 승인 2017.12.13 12:27
  • 호수 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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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명소인 호미곶에 생기를 불어 넣을 붉은 태양이 아직 어둠에 묻혀 있을 시간. 시리도록 차가운 아침공기를 혼자 만끽하며 포항 구항 주변을 거닌다. 밤새 켜져 있는 가로등만이 바다와 경계선이 어디인지 확인 시켜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가 잠들어있던 모든 것에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낸다. 포항 구항의 하루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죽도위판장이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겨울에 접어들어서인지 대구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수신호로 진행되는 경매현장은 단체로 군무를 펼치고 있다.

2시간 정도 지나니 경매가 끝나고 다시금 위판장이 차분해 졌다. 어둑한 시장 골목. 백열등의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거친 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차가운 날씨지만 얼음을 깔아둔 가판대 위로 생선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어느새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매가 먼저 끝난 곳부터 생선을 판매하는 좌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숨을 쉴 때마다 희뿌연 입김이 온몸을 휘감는다.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은 본래 어시장이 들어서면 안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역과 상생의 차원에서 포항수협에서 상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후 죽도시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고 지금은 영일대부터 죽도시장까지 하나의 관광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죽도시장은 포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점포수만 1200여개 정도이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따라서 어시장 역시 포항에서 제일 규모가 큰 수산물 시장이다. 수산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가 포항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미각을 충전시키는 죽도시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넓은 호수가 보인다. 바다인데도 호수처럼 보이는 이유는 파도가 일지 않기 때문이다. 죽도시장을 포함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과거 ‘동빈내항’으로 불리던 포항 경제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구항’으로 불리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건설로 인해 신항만이 생기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한다.

반달 모양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영일만의 특성 때문에 이곳의 바다는 마치 길게 뻗은 호수와 같다. 파도와 바람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항운하가 만들어진 후 여객선이 운행되고 있다. 동빈내항부터 형산강까지 13km 구간에 물길이 생기면서 8km의 바닷길이 생긴 셈이다.

두터운 외투속에 얼굴을 묻고 걸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니 그제야 지나쳐 버렸던 소소한 일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그 의미에 희미하게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노래처럼 그 시절의 경험이 전무 할 터인데 이상하게 천천히 걷게 된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차가운 겨울의 하늘은 뭉게뭉게 떠다니는 구름 하나 없이 푸르다. 그 차가운 푸르름을 그대로 머금은 동빈내항을 가로지르는 동빈대교의 한가운데 올라서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동빈내항에 우뚝 솟아있는 포항함 주변으로 요트장이 들어서 있어 따뜻한 휴양지 해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저물어가는 해가 푸른 하늘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인다. 차가운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조화가 형형할 수 없이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잔잔한 바다를 수줍은 새색시 마냥 조용한 일렁임을 만들며 자그마한 유람선이 지나간다.

유람선에서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한 갈매기들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그렇게 화려했던 옛 기억들을 간직한 동빈내항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겨울 바다가 다시 그 특유의 스산함에 빠져든다. 내일의 분주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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