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학 교수, 일반적 복원 가능성 완전히 배제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학 교수, 일반적 복원 가능성 완전히 배제
  • 조현미
  • 승인 2017.11.22 10:17
  • 호수 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모래채취, 해저지형 복원 안된다”


바다모래채취 금지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수협방송 스페셜 기획물에 출연해 바다모래채취의 부당성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밝혔다. 그동안 바다 지형과 생태자연환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바다모래채취 행위의 파괴력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바다모래를 대체할 수 있는 골재 자원이 많다며 또다시 바다모래 채취 같은 우를 범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특히 바다모래채취가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시각을 뒤엎고 아예 바다모래채취로 인한 해저지형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주장, 복원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 바다모래 채취금지의 당위성

오경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산과 해안, 바다 등의 지표와 자연환경을 연구해 온 지리학자다. 지난 10년간 국내 바닷가에서 발달한 모래톱의 생성과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했다. 그 결과 바다 속 모래톱들은 그 자체로도 우수한 자연수질정화필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그 부피의 40%에 해당하는 모래입자 사이 공간에 많은 양의 깨끗한 물을 저장하는 물 저장고이자 수서생물의 산란·번식 장소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해와 서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해역의 70~90m 수심에서 약 9000만m³에 달하는 바다모래를 채취해 왔다. 해저모래층을 훼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근해 어류들의 생태환경 교란을 불러왔고 어획량 감소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귀중한 해저모래를 쓰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골재자원이 많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채취한 하천모래가 현재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 쌓여 있다. 이것을 방치한 채 골재조달 비용 감소 등으로 바다모래를 채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생태계 파괴로 인해 입은 손해와 앞으로 복구해야 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육지의 먹거리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식생활을 영위해왔다. 해양 생태계의 보전과 식량안보는 물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생태·인문적 가치 측면에서도 바다모래는 매우 중요하다.

◆ 바다 속 모래층은
재생 불가능한 ‘유물’

바다에서 채취된 모래는 다시 보충할 수 없는 재생 불가능한 자연요소다. 그간 다량의 모래를 채취한 곳은 남해와 서해의 도서 지역에서 70km 정도 떨어진 EEZ 해역이다.

이곳의 위치는 육지와 인근 연안 섬의 암석이 풍화돼 생성된 모래가 이동해 퇴적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수심이 수십 미터가 넘는 해저의 해수는 매우 느린 속도로 순환한다. 용해상태이거나 떠있는 상태의 미세한 물질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표층부위로 올라와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해저사면을 따라 이동하는 모래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세월 채취된 9000만m³의 모래는 현세의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100m 이상 낮아 황해가 육지 상태로 있었던 빙하기의 넓은 하곡이나 분지에서 퇴적된 모래층이다. 오늘날 다시 만들어 채우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재생 불가능한 유물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문제는 바다모래 채취 지역의 위치다. 그동안 바다모래를 채취해온 곳은 서태평양 저위도 대양 해역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주요 내해(서해·남해·동해)로 해류가 어족들과 함께 들어오고 나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서태평양 아열대의 쿠로시오 난류가 서해와 남해로 유입되며 난류성 어족도 함께 들어와 산란하고 성육·회유하며 현해탄을 거쳐 동해로 유입되는 지점이다. 산란장과 생활터전을 모두 훼손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에서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당장은 4대강 사업으로 준설해 쌓인 모래를 쓰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모래 채취원을 찾아야 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훼손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는 비용절감 때문에 바다모래를 계속 퍼내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