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_ 경남 통영 만지도
우리바다여행 _ 경남 통영 만지도
  • 배석환
  • 승인 2017.11.22 10:17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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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명품섬, 만지도


수려한 자연경관이 섬 마다 내려 앉아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한려 수도. 이러한 섬을 걷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통영여객선터미널은 사시사철 붐빈다. 한려 수도에 위치한 섬들 대부분이 통영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영항이 아닌 다른 항구에서 출발하는 섬들도 많다. 만지도와 같은 섬들이 그렇다. 만지도는 주변의 다른 섬들보다 늦게 마을이 형성되면서 늦을 만(晩), 땅 지(地)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만지도로 향하는 여객선은 한적한 어촌마을인 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최근에야 바닷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전에는 만지도와 다리로 이어진 연대도로 갔다가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객들이 연대도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선착장인 달아선착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 8시 30분 첫배가 출발하는 연명항에서 만지도까지는 불과 15분 정도다.  홍해랑호를 타고 저도와 학림도를 지나 도착한 만지도. 입구에서부터 명품섬의 느낌이 밀려온다.

20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5년 명품마을로 선정된 이후 10억의 예산이 투입돼 해안길이 조성되고 마을회관 등 노후된 마을환경이 개선되면서 작지만 세련된 마을로 탈바꿈됐다.

주말이면 노상카페가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섬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전복해물라면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전복은 다른 곳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복 양식장에서 직접 싱싱한 전복을 넣어서 판매한다고 한다. 그러니 비싼 전복이 들어갔음에도 6000원이면 시원한 라면 맛에 푹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섬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수다. 만지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물이 존재한다. 비록 지금은 상수도 설치로 인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근처 섬인 연대도와 학림도 주민들이 배를 타고 와서 빨래를 했다고 한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군소 한 마리가 느릿느릿하게 모래사장을 이동한다. 군소는 만지도 주민들의 먹거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섬 할머니들 중 ‘군소할머니’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임인아 할머니(90세)가 아직도 섬을 찾는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30여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욕지도전망대. 멀리 욕지도가 보인다. 동쪽 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해안 절경 중간 중간에 여러 바위가 있는데 ‘할배 바위’, ‘구렁이 바위’ 등 재미있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만지도를 올랐으니 이제 내리막길이다.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았다. 200년 된 해송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 보여 소원을 빌어 본다. 만지도에는 소원을 비는 곳이 2곳 있는데 한 곳이 바로 해송이고 다른 한 곳은 출렁다리인 ‘소원다리’이다.




다시 마을로 돌아 왔다. 이제 남은 곳은 소원다리로 가는 길. 나무데크로 잘 이어진 해안길은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주의할 점은 이 길이 놓여 진 절벽에 풍란 서식지라는 점이다. 풍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아주 귀한 관상용 우리나라 자생난이다.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됐을 것이라 여겼던 풍란이 2012년 한려해상국립공원 어느 무인도에서 발견됐고 이후 복원사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생명을 이어 가고 있다. 만지도에 있는 풍란도 그 당시 얻은 씨앗을 심어 복원된 것이라 한다.

저 멀리 출렁다리가 보인다. 연대도로 이어진 것이라 연대에서 건너온 여행객들도 상당하다. 다리 밑으로 보이는 코발트색 바다가 제주도를 연상케 만든다. 아무도 건너지 않는 다리위에서 소원을 빌어 본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올라 저 높은 곳에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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