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 (蘭湖魚名考) (23)
난호어명고 (蘭湖魚名考) (23)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10.26 13:32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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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탁의 필수 메뉴 ‘멸치’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 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이추(鮧鰌) 【몃】

동해와 남해, 서해에 모두 있다. 동글납작한 것이 짧고 작으며 큰 것이라야 1치에 지나지 않는다. 등마루는 검고 배는 희며 비늘이 없고 아가미가 작다. 동해에서 나는 것은 항상 방어에 쫓겨 휩쓸려서 오는데 그 형세가 바람이 불고 큰 물결이 이는 듯하다. 바다사람들은 이를 잘 살펴보고 있다가 방어가 오는 때를 알고 즉시 큰 그물을 둘러쳐서 잡는데 그물 안이 온통 이추로 가득하다. 방어를 골라내고 뜰채로 이추를 퍼내 모래자갈 위에 널어 펴서 햇볕에 말려 육지로 파는데 한줌에 1푼이었다.

만약 장마철을 만나 썩어 문드러지면 밭의 거름으로 쓰는데 잘 삭은 분뇨보다 낫다. 서해와 남해에서 나는 것은 동해만큼 많지 않다. 그러나 나라 안에 흘러 넘쳐 시골사람들의 비린 반찬의 재료가 된다.

안: 이(鰌)는 본래 점(鮎)의 다른 이름이고 추(鱓)도 또한 선(鮎) 종류이나 이 작은 물고기의 이름으로 삼은 것이 어디에서 그 뜻을 취한 것인 지 알 수가 없다.

평설

이추, 몃은 멸치로 비정된다. 멸치는 청어목 멸치과의 작은 물고기로 바다 표면 가까운 곳에서 무리를 이루며 봄과 여름 연안에서 생활하다가 북쪽으로 이동한다. 최대 몸길이가 15㎝에 불과하며 등은 짙은 푸른색이고 중앙과 몸통, 배는 은빛이 도는 흰색이다. 유어일 때는 부유 해조류를 따라다니면서 작은 갑각류, 연체동물의 유생, 어류의 알 등을 잡아먹는다.

멸치의 이름은 다양한 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행어라고 기록돼 있고 멸치와 멸어, 멸오치, 기어, 멸어, 추어 등으로 적혀있다. ‘자산어보’에는 취어라고 했고 ‘우해이어보’에는 말자어, 멸아라고 했다.

지역이나 크기에 따라서는 멧치와 몃, 잔사리, 열치, 돗자래기, 순봉이, 노랑고기, 중나리 등의 방언 이름이 있다.

이렇게 이름이 다양한 것은 멸치가 여러 해역에서 잡히고 예전부터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고기임을 말해준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멸치에 대해 “조선 동해와 북해에서 나는 물고기 가운데 작은 것이 있는데 멸어 혹은 며어라 한다.

한번 그물을 치면 배에 가득히 잡힌다. 어부들이 바로 말리지 않으면 곧 썩어버려 밭에 비료로 쓴다. 산 것은 탕을 만드는데 기름기가 많아 먹기 어렵다. 마른 것은 날마다 반찬으로 삼는데 마치 명태와 같이 온 나라에 두루 넘친다”고 기록하고 있다.

멸치는 잡히면 바로 죽기 때문에 멸어라고 했고 또 이동성 물고기여서 바다를 잘 오가기 때문에 행어란 이름이 있다. 멸치의 흔한 한자이름은 멸자가 든 것인데 너무 많이 잡히고 흔한 것이어서 업신여김을 받는 물고기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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