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채취, 재고해야 한다
바다모래 채취, 재고해야 한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10.26 13:32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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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변호사·TV조선 종합뉴스 진행자)

바다이야기를 쓴 책을 읽어보면 바다모래는 해양 생태계의 파수꾼이다. 지구에 바다가 생기고 생명이 탄생한 뒤로 그 생명을 지켜온 보고(寶庫)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바다모래 채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콘크리트 문명이 지구를 뒤덮으면서 육지의 모래로 부족해지자 본격적으로 바다모래 채취에 나섰던 것이다. 바다모래는 알갱이가 고르다 보니 골재에 제 격이어서 막 퍼 썼다. 염분이 있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데는 쓸 수 없다고 하지만 철근이 들지 않는 콘크리트 골재로는 많이 쓰인다. 심지어 주택 백만 호 건설을 내걸었던 90년대 초기, 골재가 부족하다 보니 바다모래로 아파트를 지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었다.
바다모래 채취는 주로 EEZ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수심이 얕은 서해와 남해에 집중되어 있다. 2008년부터 서남해 EEZ 지역에서 채취한 모래만 1억㎥가 훨씬 넘는다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1년에 덤프트럭 200만대가 바다모래를 실어날랐던 셈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2018년까지 다시 채취허가 연장을 고시했다. 결국 수도권 모래 소비양의 70%가 바다모래다. 그래서 불량골재도 많고 불법 채취도 많다. 우리나라에만 불법채취가 매년 1000㎥ 정도라고 하니 그 또한 적지 않은 양이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더 큰 문제는 바다모래를 파내는 게 곧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 모래를 퍼내는 일이 생명체를 죽이는 일이 되고 결국 어족의 감소로 이어지니 바다모래 채취가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바다모래 채취는 해저지형에도 변화를 준다. 모래가 유실되면 그 영향으로 연안이 침식되고 해안의 사구가 무너진다. 더욱이 한번 훼손되면 복원에는 장구한 시간이 든다. 바다모래는 그리 쉬 쌓이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쌓여 일 년에 고작 0.02㎜ 정도 퇴적된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바다모래 채취를 엄격히 법률로써 규제한다. 미국도 영국도 그렇다. 미국은 상업용으로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걸 전면 금지한 지 오래다. 영국은 바다모래를 채취하기 위해선 사전평가단계와 정식평가단계 모니터링 단계 등을 두어 그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일본은 1990년대 골재사용량의 불과 10%가 바다모래였는데도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히로시마현과 오카야마현 등이 앞장섰고 지금은 많은 지자체가 가담했다.

바다모래 채취를 환경친화적으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환경친화적인 환경훼손’은 없다. 바다모래 채취를 해야겠지만 어떻든 기본은 지켜야 한다. ‘가급적’ 생태계를 파괴해선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바다모래 채취로 환경이 파괴되고 어족이 감소한다면 그건 소탐대실(小貪大失)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닷가를 자주 간다. 그건 어릴 때부터의 습관 같은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철 지난 해운대에 자주 갔다. 그 때는 먼 수평선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긴 백사장 아무데나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하숙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이가 들어 바쁘게 살다가 문득 바다가 보고 싶으면 ‘야간특급’ 열차를 타고 가기도 했다. 요즘은 동해를 간다. 속초 양양 바다를 주로 찾는다. 지난주엔 양양의 동호 해수욕장에 갔다.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들이 내지르는 소리와 긴 모래밭, 먼 수평선을 담아 왔다. 당분간 바다가 그리울 때마다 열어볼 작정이다.

바닷가 백사장, 긴 모래벌판은 ‘시간의 벌판’이다. 지천으로 깔려 있는 모래들은 다 저마다의 시간을 지나왔다. 바다모래는 천년이 지나야 2㎝ 모래가 쌓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닷가 백사장을 이루려면 몇 만 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바닷가 모래밭의 모래 알갱이들이 다 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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