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 상
[기고] 포 상
  • 정정길
  • 승인 2010.06.09 21:09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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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시인

세종 때의 일화다. 신숙주가 집현전에서 숙직을 하고 있었다. 왕이 내시를 보고 누가 책을 보고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했다. 가보고 온 내시가 신숙주라고 말씀드린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 또 가보라고 했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고 보고를 하자, 밤늦게 왕이 직접 집현전으로 나셨다. 찾아가보니 역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왕이 감탄했다.

그러던 중 어느 사이에 신숙주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이를 본 세종께서 입고 있던 수달을 벗어 덮어주고 살며시 나왔다. 다음 날 이 소문은 궐내에 쫙 펴졌고 선비들은 감격했다. 이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일화다. 더욱이나 전제 군주시대에 임금과 신하 사이에 있었던 격의 없는 얘기라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 ‘바다의 날’ 행사에 관한 보도를 보았다. 이 행사에 192개라는 훈·포장 등 표창이 주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포상 자들 속에는 유독 민간단체인 수협에는 단 한 개의 포상도 돌아 온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된 일인가. 바다의 최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 민간단체에 대하여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이상하다. 여기에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이 아닌 가하고 상상을 해본다. 혹 행정실수가 아닌지. 아니면 의도된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닌지. 아니면 고의성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괘씸 죄에 걸린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아니면 요새 흔히 쓰는 말로 물이나 엿 먹인 것이 아닌지 하고 작가적 허구 속에서 의심을 그려본다. 그럴리가 있겠는가. 아무튼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포상은 감정이 아니다. 또한 편파적이어서도 안 된다. 정부가 주는 포상자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첫째는 국가발전에 기여한 국민이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국리민복을 위해 공적이 현저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충성은 강요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서 애국애족의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나도 없었을까. 우리는 세종의 일화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단적인 예를 보았다.

신상필벌은 동전양면이다. 조직체의 필수적인 요소요 근본이다. 이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시행되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포상이라는 것은 조직체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정책집행을 통한 목표달성의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소 간의 각 조직체마다 자체 내의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주는 포상은 국민의 노고를 치하해주고 공직자들의 사기를 시켜주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포상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하나도 못 받은 단체의 사기뿐만 아니라 서운함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꼭 잊지 않고 배려해주기를 바라면서 쓸쓸한 마음을 보도를 읽어 본 뒤 끝에 꼬리표로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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