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고경영자 교육과정 현장 체험기
[특별기고] 최고경영자 교육과정 현장 체험기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06.09 21:00
  • 호수 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대국과 교류 통해 우리 수산업의 길을 보다

▲ 김정길 1·2구 잠수기 수협 조합장
수협중앙회는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을 개설해 신임조합장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조합을 경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교육과정에 세계적인 수산업 선진국인 일본의 수산현장을 체험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선진수산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으며, 일본에서 느낀 내용들을 우리 수협에도 적용된다면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기꺼이 참가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일본의 쵸시어업협동조합은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의 수협과 동일한 조직이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현지 직원의 브리핑에 이어 동석한 조합장들의 질문공세가 쉼 없이 이어졌다. 조합의 운영방향, 어업인들의 생활상, 조업방법 등 조합장님들이 수많은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이 곳 직원들의 태도는 친절하기 그지없다. 우리보다 우수한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어업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결국엔 ‘친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 자리였다. 일본의 위판장이 깨끗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니 말 그대로 청결함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여러 조합장님들도 그동안 생산고 증대에만 진력하다보니 위판장 등 판매 시설에는 소홀히 했다며 앞으로는 위판장도 청결을 유지할 수 노력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각오를 다진다.

다음 방문지는 일본의 협동조합들이 투자해 만들었다는 누마즈 어시장이었다. 우리나라의 부산공동어시장과 유사한 곳이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위판이 끝난 모양이다. 이 곳에서도 조합장님들의 질문세례는 이어졌다. 우리나라 수산물도 판매되고 있는지부터 우리 수협의 수산물도 판매해 줄 수 있느냐 까지, 마치 수출 협상하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 교육 참석자들이 일본 교토 중앙도매시장 내 참치 위판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곳 시설 역시 최고를 자랑했다. 청결함이 먼저였는데 고인 물을 찾아볼 수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시멘트가 아닌 특수소재를 사용하여 미세하게 기울기를 조정했단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이한 것은 세면대가 3열종대로 12개 정도가 설치돼 있었다. 이 시설은 어업인들과 판매직원의 위생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청결과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일본인들의 직업정신에 다시 한번 작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는 법적으로 의무사항도 아니며 어업인 스스로 고객중심의 사고를 펼쳐가는 작은 실천사례라는 것이다. 어시장에서 일반시민들은 자유롭게 경매과정을 2층 복도에서 지켜볼 수 있으며, 식당에서는 수산물을 직접 맛보고 골라서 구매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관광형 위판장을 추구하는 시설이 새로웠다. 특이한 것은 스티로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계도 있었다. 사용한 스티로폼 상자를 투입하니 신기하게도 새 스티로폼 상자가 생산된다. 환경보호까지 염두에 둔 일본 수산업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충격에 얼얼하다. 우리나라도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부르짖고 있는데 일본의 이 광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돌아가서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또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교토에 있는 중앙도매시장 경매 현장도 둘러봤다. 수협 조합장으로서 경매 현장이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이 곳에서는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대형TV를 통해 입하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판매가격은 우리나라보다 2~3배는 더 높게 형성돼 있었다. 역시 이곳에도 일본인이 좋아한다는 참치가 주어종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참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참치양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과 자주 교류하여 그들이 가진 노하우와 비법을 전수받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토수산국 공무원들과 중앙도매시장에서 간담회도 가졌다. 통역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양국의 수산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일본 어업인들은 수산물 수요현황과 요리방법, 현재 한국 수산물의 판매현황 등을 묻고 크기나 품질만 좋다면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수산물을 많이 공급해 달라는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공무원들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하기로 하고 서로 명함도 교환 했다.

사실 일본과는 일제시대는 차치하더라도 한일 어업협정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업인을 위하고 수산업을 위한다면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재정립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수산물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입맛과 요리방법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우리 수산물 수출시장은 더욱 넓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짧은 기간동안 언어의 장벽도 있었고 일본 수산업을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무리였지만 어업인 특유의 기질과 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의 수산 인프라와 고객중심적인 사고는 수협 조합장으로서 특히 신임 조합장으로서 조합경영에 최우선적으로 적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수협이 ICA 수산위원회 위원장국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외국 수산선진국과 지속적이고 빈번한 교류를 통해 필요한 것은 과감히 받아들여 우리 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더욱 발전시켜 수산업 인프라를 더욱 키우고 견고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유익한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내실 있게 진행해 주신 이종구 회장님을 비롯한 수협중앙회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