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전라남도 영광군
우리바다여행 전라남도 영광군
  • 배석환
  • 승인 2017.10.20 04:41
  • 호수 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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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맺힌 낙월도에 달이 차오른다

 


한바탕 비가 쏟아진다. 가을비다. 비구름과 함께 불어온 바람이 싸늘하다. 점점 거칠어진 바람은 바다위를 어지럽힌다. 다행히 낙월도로 향하는 철부선을 묶어두기엔 아직 부족하다. 전라남도 영광군 향화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다른 섬들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낙월도로 향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배안은 한산하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새우의 고장 상낙월도’라는 비석이 가장 먼저 반긴다. 낙월도는 두 개의 섬을 포함한다. 조금 큰 섬이 상낙월도, 작은 섬이 하낙월도다. 과거에는 배로 왕래하거나 물이 빠져야 다가설 수 있는 섬이었다. 지금은 진월교가 만들어지면서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

섬은 너무도 조용하다. 섬 주변으로 잘 정비된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남쪽의 섬이라 그런지 나무와 풀들이 여름 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간혹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억새만이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높은 산봉우리가 있는 섬이 아니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둘레길은 자건거를 타고 다녀도 될 만큼 잘 정비돼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대부분이지만 해수욕장이 있다. 큰갈마골해수욕장은 동해안처럼 길게 뻗은 모래사장은 없지만 작아서 더욱 정겹다. 동글동글한 작은 새알들이 특이한 형태로 나열되면서 모래사장을 갤러리로 만든다. 그 주인공은 작은 게들이다. 어찌나 예민한지 발걸음을 내디딜 때 마다 숨어 버린다. 그들의 열정에 감동해 함부로 모래사장을 걸을 수 없었다.

상낙월도 선착장에서 출발한지 1시간이 넘어간다. 저 멀리 하낙월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두 섬을 이어주는 진월교 중간에 바닷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처음에는 저 물길이 막혀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생태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갯벌이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물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낙월도는 30여가구가 모여 있다. 하지만 실제 그 안을 들여다보니 빈집이 태반이다.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돌들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돌은 아닌 것 같다. 수석이다. 낙월도는 수석중에서 묵석이 산재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법으로 채취가 금지되기도 했을 뿐더러 많은 양이 이미 채취가 됐다고 한다. 하낙월도에도 해수욕장이 있다. 장벌해수욕장인데 큰갈마골해수욕장보다 약간 더 길다.

둘레길을 모두 둘러보는데 세 시간 남짓 걸린다. 첫 배로 섬에 들어와서 그 다음배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다. 아쉬운 것은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과 섬의 정취에 반해 하룻밤을 머물고 싶어도 숙박시설이 전무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은 내년이면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해수부에서 선정하는 어촌개발사업 지원 대상지로 선정이 되면서 40억원 정도를 출자해 여러 휴양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 한다.

낙월도는 과거 선원들만 수백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던 섬이다. 그 주인공은 새우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양이 이곳에서 잡혔다. 섬에 돈이 넘쳐흘렀고  5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했다.

섬의 쇠퇴는 일순간이었다. 남획으로 인해 새우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1987년 불어 닥친 태풍 셀마로 인해 12척의 새우잡이 배로 불리는 멍텅구리배가 침몰했고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불행한 사건으로 멍텅구리배가 사라지게 됐다. 물이 빠지면 형태의 일부만 드러나는 나무닻만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달이 지는 섬’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낙월도(落月島). 아픈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기지개를 켜기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그 종착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새우말리는 냄새가 섬을 가득 채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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