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과 어촌계를 왜 갈라놓으려는지
수협과 어촌계를 왜 갈라놓으려는지
  • 이명수
  • 승인 2017.10.12 14:14
  • 호수 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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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인생 2막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아마 한번쯤은 받았던 질문이자 그 답에 고민도 해봤을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여생을 보내겠다,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겠다. 어촌에서 새 삶을 시작하겠다 등등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저마다의 생각이 다양할 것이다.

때마침 해양수산부가 어촌에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한 귀어인에 희망을 주기 위한 어촌계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촌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어촌계 진입장벽을 낮추는게 핵심이다. 어촌회귀를 통해 어가인구가 감소되고 고령화된 어촌사회를 변신시키자는 취지다. 폐쇄적 어촌계를 개방적으로 만들고 투명하고 관리가 잘되는 어촌계로 발전시켜 어촌사회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어촌계를 표준화하기로 했다. 가입기준, 비용 등 어촌계 진입에 따른 각종 절차나 운영을 일관성있게 한다. 어촌계 정비는 물론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어촌계 감사제도 도입, 우수 어촌계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실시한다. 어촌계 지원센터도 설립해 꾸준히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있어 심히 우려된다. 현행 수협법상 어촌계 가입의 선결조건인 지구별수협의 조합원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수협과 어촌계는 협동조합의 이념상 동질의 풀뿌리 자조조직이다. 법상으로도 어촌계는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들이 행정구역이나 경제권을 중심으로 조직된 생산자단체로서 수협 계통조직이다.

그런데 마치 수협이 어촌계와 다른 줄기인 양 갈라놓으려는 의도를 선뜻 납득할 수 없다. 수협과 어촌계를 갑과 을의 관계로 바라보는 일반적 인식을 없애는 장치도 수협법에 마련해 놓고 있다. 수협법 시행령에 어촌계 설립과 정관변경 인가권은 지자체장에게 있고 어촌계 지도감독권은 지구별수협 조합장에게 있다. 어촌계를 좌지우지할 갑질의 우려는 충분히 불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심이 아닐진대 어촌계를 수협과 거리를 두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촌계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해수부가 어촌현실과 부합한 정책 개선으로 풀어가면 될 일이다.

오히려 일선수협들은 어촌계 인가권은 지자체장에, 지도감독권은 지구별수협 조합장으로 이원화돼 있어 어촌계 관리가 더 힘들다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차라리 어촌사회 활력을 불어넣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어촌 현안과 정책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체계는 미흡하고 심지어 수협의 어촌계분류평정외에 어촌계 실태도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렇다고 인가권자인 지자체가 어촌계를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따라서 어촌계 운영개선과 발전방안 마련과 함께 어촌계 지도감독권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선수협들은 지자체의 어촌계 설립·정관변경 업무를 수협으로 일원화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촌계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해수부의 방향에 동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협을 배제하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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