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모 수산전문지의 살풍경 (殺風景)
[시 론] 모 수산전문지의 살풍경 (殺風景)
  • 김병곤
  • 승인 2010.06.09 20:36
  • 호수 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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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곤 "어업in수산" 기자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이상은이 의산잡찬(義山雜纂)이라는 책을 지어 당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섯 가지 ‘살풍경’(殺風景)을 제시했다.

그는 약수터에서 발을 씻는 행위를 청천탁족(淸泉濯足)이라했다. 이는 행동과 규범을 어기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아름다운 꽃 위에 빨래를 너는 행위를 화상건군(花上乾裙). 저속된 마음을 말했다. 좁은 안목을 표현하는 것으로 집을 크게 지어 산을 가리는 행위라는 뜻의 배산기루(背山起樓). 거문고를 불쏘시개 삼아 학을 삶아 먹는 행위로 분금자학(焚琴煮鶴)이라며 정신과 지혜의 망가짐을 말했다. 또 꽃을 감상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고 차만 홀짝거리는 행위로 대화상차(對花嘗茶)라 하며 멋을 모르는 치졸함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소나무 아래에서 쉴 때에 불현듯 사또 행차를 알리고 지나가는 행위로 송하갈도(松下喝導)라 표현하며 아무 곳에서나 권력을 부리는 옹졸함을 나타냈다.

살풍경은 경치를 파괴하거나 기본 질서를 무시하거나, 매몰차고 흥미가 없는 등 꼴불견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도 이상은의 살풍경은 은근한 낭만이라도 있다. 요즘 모 수산전문지 보도행태의 살풍경은 정말 단어 그대로 살기를 띠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는 수산 언론인의 길을 걸어가고 싶은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글을 쓴다.

마치 그 전문지가 내세운 ‘힘 있는 신문’이라 함은 신문이라는 작은 권력으로 힘을 과시하려 하는 것 같다. 해를 거듭 할수록 개인적 친불친에 따라 여론의 확대 재생산과 개인 감정이입에 부정적 시각으로 수산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특히 수협중앙회에 대한 기사는 오보는 물론 미확인된 왜곡보도를 쏟아내고 있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어지럽히고 있다.

그동안 수협 보도 내용은 논리적 귀결과 공정성, 객관성, 도덕성 면에서 지나침을 넘어 수준 미달로 귀결된다. 언론의 가장 1차적인 기능인 정확한 정보전달은 고사하고 입증, 논증, 그리고 이것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양심마저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는 느낌이다.

특히 이러한 일이 계속됐던 지난 2008년, 악의적보도 행태에 대해 수협은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쳐 소송까지 제기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던 걸로 안다. 하지만 수산단체협의회의 요청과 수산계의 화합을 위해 소송을 취하 하며 출입기관과 언론기관과의 정상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과거와 달라진 것 없이 편협적이고 악의적인 왜곡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수협의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동안 협동조합 고유기능 수행에 족쇄가 되어 왔던 공적자금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회를 비롯한 전국 조합 임직원들이 급여반납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쓸 수 없는 천박하고 비열한 단어들까지 써가며 수협의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쩌면 사장-발행인-편집인이면서도 취재현장을 누비는 기자로 살아가기에 한 조직을 흠집내고 흔드는 길만이 유일한 생존비법일 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창간 기념일을 빙자해 다분히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내용의 설문을 보내 수협주변의 살풍경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논란의 결론은 명확하다. 보도에 분명 문제가 있으면 억지성 기사의 난장판을 거두고 스스로 자성하는 길 밖에 없다.

모든 사안을 제대로 응시하기 보다 에둘러 회피한다는 것은 진실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스스로를 고귀한 듯 위장하며 고차원 정신세계를 공유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 아름다움을 내세우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물위에 내린 눈처럼 기만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해가 뜨고 눈이 녹아내리면 금세 드러날 진실을 두고 더 이상 아름답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살풍경 연출을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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