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1)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21)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9.14 13:43
  • 호수 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푸른 등 검은색 물결무늬, 위장술에도 능한 고등어

고도어(古刀魚) = 고등어

호남의 먼 바다에서 난다. 모양이 청어와 닮았지만 비늘이 없다. 등 양쪽으로 마주해 가시처럼 단단한 지느러미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뱃속에는 검은 피가 점점이 가닥 지어져 있다. 큰 것은 1자 남짓이고 작은 것은 3~4치이다. 성질이 여러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 수천수백으로 무리를 짓는다. 어가에서는 매년 가을과 겨울에 낚시로 잡는다. 소금에 절여서 말린 고기를 만드는데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

‘화한삼재도회’에서 최우석의 ‘식경’을 인용해 이르기를 “소(鰺)는 조기와 같은데 꼬리에 흰 가시가 나란히 나 있다”고 했으니 이 물고기를 가리킨 듯하다. 그러나 ‘자서’를 상고해 보면 소(鰺)는 본래 조(鱢)로 돼 있는데 비린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주례’ ‘천관’에 “포인(중국 주나라의 벼슬 이름으로 음식을 담당)이 조를 만들었다”라고 했으니 이것이다.

본래 물고기 이름이 아닌데 최씨의 ‘식경’은 어디에 근거했는지 모르겠다.

고등어(古刀魚)는 농어목 고등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30cm 정도이고 등 쪽은 어두운 푸른색이고 배는 희다. ‘자산어보’에는 벽문어(碧紋魚), 고등어(皐登魚), ‘재물보’에는 고도어(古道魚)라고 기록돼 있다.

등에 푸른빛을 띤 검은색의 물결무늬가 측선에까지 분포해 벽문호(碧紋魚)란 이름을 얻었다. 이런 색깔은 일종의 보호색으로 하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보면 바닷물 색깔 같아서 잘 눈에 띄지 않고 바다 속에서 포식자들이 보면 배가 밝은 색깔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이런 색깔을 ‘반대음영(反對陰影)’이라 하는데 일종의 위장술이다.

고등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온대 및 아열대해역에 분포하는 부어성(浮魚性) 어종으로 표층 또는 표층으로부터 300m 이내의 중층에 서식한다. 계절회유를 하며 한국에는 2~3월경에 제주 성산포 근해에 몰려와 점차 북으로 올라가는데 그 중 한 무리는 동해로, 다른 한 무리는 서해로 올라간다. 9월~다음해 1월경부터 남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화한삼재도회’의 인용에서 ‘소가 꼬리에 흰 가시가 나란히 나있다’는 것은 고등어의 특성이 아니라 일본 말로 아지(あじ)라고 부르는 전갱이의 특성이다.   
  

껍질이 거칠해 사포로 쓰인 쥐치

서어(鼠魚) = 쥐치

몸이 납작하고 비늘이 없다. 등이 높고 연한 누런색이며 배는 평평하고 부연 흰색이다. 입이 작고 눈이 둥글고 꼬리는 살짝 갈라졌다.

등덜미에는 두 개의 짧은 등지느러미가 있다. 껍질에 모래구슬이 있어서 대나 나무를 문질러 갈 수 있다. 큰 것은 길이가 1자가 넘고 서해와 남해에서 난다. 어부들이 잡으면 살이 비린내가 나서 먹지 않고 다만 그 껍질을 취해서 화살대를 문질러 갈아내는데 사용한다.

서어(鼠魚)라 기록된 어종은 복어목 쥐치과의 쥐치류다. 방언으로 객주리, 쥐고기, 가치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서부남해에 널리 분포하며 몸은 타원형에 가깝고 납작한 편이다. 빛깔은 보통 회색이 도는 푸른색에 암갈색 반점이 많으며 때로는 분홍빛을 띠기도 한다.

행동이 둔하고 흥분하면 등가시를 세워 적을 위협한다. 같은 쥐치가 영역을 침범하면 몸빛이 선명해지면서 적을 몰아댄다.


쥐치란 이름은 넓적하고 끝이 뾰족한 이빨이 마치 쥐 이빨처럼 보이기에 붙여진 것이다.

어명고에는 쥐치의 껍질에 모래구슬이 있어서 나무를 갈아낼 수 있다고 했다. 쥐치의 표피가 거칠거칠해 상어의 껍질처럼 사포(砂布)로 쓰였던 것이다. 또 어명고에서 ‘살이 비린내가 나서 먹을 수가 없다’고 했지만 요즘에는 통째로 썰어서 뼈회로 먹으며 포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몸이 납작해 껍질을 벗겨서 포를 뜨기가 쉬우며 10~12cm 크기로 포를 뜬 것을 여러개 포개서 조미한 후 말린 것이 쥐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