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쉬어 가는 예술섬, 고흥 연홍도
파도가 쉬어 가는 예술섬, 고흥 연홍도
  • 배석환
  • 승인 2017.09.14 13:43
  • 호수 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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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과 바다색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청명한 가을 날씨가 주는 상쾌함을 만끽하며 거금대교를 내달린다. 몇 년 전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소록도와 거금도가 이제는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 목적지인 연홍도는 다리가 놓이기 이전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30여분을 가는 것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3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7시에 출발하는 첫배를 타기위해 선착장에서 서둘러 도착하니 그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도착한다. 아마도 섬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조절했나 보다. 그런데 7시가 되어도 선착장에는 배 한척이 보이지 않는다.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시간을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확인해 보았다.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틀린 시간은 아니었다. 그때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워낙 가깝게 위치한 섬이기에 맞은편 선착장에서 누가 서있는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연홍도는 300여년 전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 모습이 바다위에 떠 있는 연(鳶)과 같다해 연홍도(鳶洪島)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고흥군의 거금도와 연결됐다해 지금은 이을 연(連)을 넣어 연홍도(連洪島)라 부르고 있다. 말을 닮았다 해 마도(馬島)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생긴 것을 보면 ‘ㄱ’자 모양이라 그 이유는 확실치 않다.

여유를 찾을 시간도 없이 섬에 당도한다. 조용할 것으로 예상했던 섬 분위기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멸치다. 흔히 보던 멸치보다 작다. 낭장망으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실멸치다. 지난해와 다르게 어획량이 많아 말리지 못한 멸치를 바다에 버려야 될 만큼 풍년이다. 그래서 멸치를 말릴 수 있는 도로나 선착장은 모두 하얗게 삶아진 멸치가 말려지고 있다. 과거 연홍도는 김을 생산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해 부자섬이란 소리를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령화를 이기지 못해 화려한 추억으로 남기게 됐다. 

멸치에 정신이 팔려 섬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잊어 버렸다. 고개를 들어 천천히 살펴보니 선착장 초입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조형물들이 보인다. 누가 보아도 전문가들의 솜씨가 느껴진다. 커다란 뿔소라가 가장 먼저 반긴다. 그리고 마을 중심으로 들어 갈수록 빈티지 액세서리 판매점에서나 볼 법한 작품들이 골목 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대부분의 ‘정크아트’ 작품으로 특별할 것 없이 버려진 것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던 연홍도의 변신이 느껴진다.

작은 섬인데도 선착장이 두 곳이다. 마을 골목을 빠져나오면 다시 바다가 보이고 해안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철제 조형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여러 작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한다. 조형물의 끝에는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연홍미술관은 2005년 폐교였던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미술관 쉼터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완도 금당도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처음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바닷속에 특이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물고기를 형상화 한 것 같은데 작품명이 ‘은빛 물고기’다. 물이 들어오면 반쯤 잠기고 썰물 때 전체 모습이 드러난다.  

여러 작품들을 둘러보는데 한 시간 남짓 소요된다. 섬 전체를 둘러보고 싶다면 여기서 한 시간을 더 투자하면 충분하다. 평일에는 찾는 이가 소수이기 때문에 생수하나 사기도 어렵지만 주말이면 커피 한잔의 여유도 누릴 수 있는 카페도 갖춰져 있다. 그리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 예약을 하면 점심도 해결할 수 있다.

7시 배를 타고 들어와 11시 배로 나가니 뭔가 허전하다. 숙박 시설은 연말이나 완성된다고 한다. 운항 시간이 아니더라도 단체로 섬을 찾는 이들을 위해 언제나 운항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파도소리와 함께 연홍도 미술관 여행이 주는 매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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