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포 해녀 성산포 잠수회
제주 성산포 해녀 성산포 잠수회
  • 김상수
  • 승인 2010.01.05 20:21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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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속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여는 한해

▲ 제주 해녀들은 남정네 어선어업인 이상으로 바닷속 물질을 통해 억척같은 삶을 영위해 오고 있다. 해녀 고순자·박태춘·오복연·고숙자·한복춘씨(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의 웃음속에 경인년이 밝았다.


바닷속 물질로 제주 수산업 일군 어머니

해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요, 외지인들은 그런 해녀들의 모습에 경외감까지 갖는다. 제주 해녀들 중에서도 성산포잠수회 120명의 해녀들이 특히 인기를 끈다. 관광객의 카메라에 반감을 갖는 다른 해녀들과는 달리 하루 한 두 번 자신들의 물질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숨김없이 생생하게 공개하면서 서로간의 거리를 없이 한 까닭이다.

“물 속에서 잡아낸 것 보여주고, 기념사진 찍자면 어깨동무도 해주고 문어 소라 사겠다면 싸게 팔고 그러니 좋다고들 하겠죠. 우리도 좋습니다.” 성산포어촌계 고송환(여 62)계장의 말이다.

관광객들은 일출봉 하산시간을 오후 1시전에 맞추는데 이 때가 성산포 해녀들의 물질시간이기 때문이다.

잠시후 고순자·박태춘·오복연·고숙자·한복춘씨 등 다섯 명의 해녀들이 제각기 테왁과 망사리에 빗창까지 갖추고 물질채비에 나서자 관광객들이 박수를 친다. 쑥스러워 하던 해녀들은 망설임 없이 곧 우뭇개 바다로 들어간다. 차갑기만 한 물속, 물구나무 서 듯한 해녀의 두 발이 수면위에서 사라지면 관광객들 사이에 한숨 소리가 나온다. 한숨소리는 곧 감탄사로 이어진다. 해녀들이 간간이 잡아낸 문어며 소라를 들어올려 보여주는 까닭이다.

이렇게 몇 번의 자맥질 끝에 잡아낸 문어와 전복, 소라며 성게까지 싱싱한 갯것들은 해녀들의 현장 경매를 통해 팔려나가기도 하고 해녀의 집으로 옮겨져 관광객들이 원하는 음식으로 먹음직스럽게 돌변한다.

제주의 수산업에서 해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선 어업인 등 남정네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제주 수산업의 허리’라고까지 불릴 정도인 이들은 아닌 말로 잠수복과 수경 등 잠수도구 말고는 밑천이 들어갈 일이 없는 알짜배기 인적자원인 것이다. 이 ‘바다의 어멍’들은 듣기에도 섬뜩한 바닷속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인체의 한계를 극복해내면서 우리 수산업을 키워온 어머니들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나날이 줄어만 가는 해녀들의 숫자다. 이제는 거의 다가 깊은 바닷속을 넘나드는 중·상군들만 행세를 하고 있고 뒤를 이어줄 젊은 하군이나 ‘애기바당(얕은 바다)’에서 테왁(바다작업을 할 때 몸을 의지하는 용기)에 의지해 잠수연습을 하거나 숨비소리(바다 위에 떠오른 해녀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쉬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흉내 내는 애기잠수는 아예 구경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현역 해녀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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