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걸쳐 붉게 물든 영광 백수해안도로
노을이 걸쳐 붉게 물든 영광 백수해안도로
  • 배석환
  • 승인 2017.08.02 11:15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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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 대표하는 명소
시간만 맞추면 갯벌이 도로


삼면이 바다. 그래서 세 가지 다른 바다의 모습. 느릿하게 천천히 걸어서 혹은 차안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잠시 스쳐가는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동해바다의 파도, 청청한 남해바다 그리고 끝없는 갯벌이 펼쳐지는 서해바다. 어느 바다가 더 좋다고 평할 수 없을 만큼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백수해안도로는 서해바다를 대표하는 명소다. 모래해변이 많은 동해안의 경우 해안도로 대부분의 시선이 수평선과 일직선이다. 바다에는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 시원함이 몰려온다. 반대로 서해안의 경우 수많은 섬들이 시야를 가린다. 복잡한 해안 구조와 절벽 때문에 시선은 항상 바다를 내려다본다. 백수해안도로는 동해안과 서해안의 중간쯤에 있다. 완만한 경사의 도로와 너무 높지 않은 해안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바라보는 바다는 우리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서해바다의 탁한 이미지를 날려 버린다.

행정구역상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km에 달하는 해안도로다. 백수(白岫)라는 명칭은 백수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해도 무방하다. 어느 여행자에겐 더 길게, 때로는 짧게 다가온다. 오히려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 전체를 백수해안도로라 칭하는 것이 더 적당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를 백수해안도로의 시작으로 여긴다. 바다가 보이는 것은 물론 해안도로의 시작이라고 쓰여져 있는 맞은편 백수읍이 와탄천을 사이에 두고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6년 개통된 영광대교로 인해 긴 거리를 둘러 가지 않고 곧바로 백수읍 모래미해변으로 직행할 수 있다.  

한 마리를 먹으면 바다를 모두 먹은 것이라고 알려진 짭조름한 굴비 밥상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는 것을 시작으로 여정의 첫발을 내 딛는다. 언덕길을 지나면 ‘백제불교문화 최초도래지’를 만나게 된다. 법성포(法聖浦)라는 이름의 유래가 굴비가 아닌 불교와 관련된 이유이다.

날씨가 아쉬울 따름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서해이거늘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사이로 모래미해변이 보인다. 파도가 일렁이지 않으니 마치 호수 같다. 길 중간 중간 바다로 내려 갈 수 있다. 이곳 어촌계원들을 위한 길임과 동시에 백수해안도로의 또 다른 길이다.  서해바다의 특성상 물이 빠지면 잠겨있던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은 깊이 빠지기도 하지만 해안선 근처는 모래와 섞여 있기 때문에 걷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갯벌을 밟고 지나가는데 눈을 밟을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날카로운 바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몽돌이 여기저기 보인다. 고운 갯벌 깊숙이 팔을 집어넣으면 금방이라도 바지락을 한 움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금 물이 차오른다. 아쉽게도 다시 올라가야 한다. 빠지는 시간에 비해 물이 들어차는 시간은 꽤 빠르다. 절벽이 많은 지형이라 서둘러 해안도로에 오르는 길을 찾아 뒤를 돌아 보았다. 갯벌위에 선명하게 만들어졌던 발자국의 자취는 사라졌다. 시간만 잘 맞춰 간다면 백수해안도로 대부분을 아스팔트와 나무가 아닌 갯벌을 밟으며 지날 수 있고 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백수해안도로는 ‘노을길’이라고도 불린다. 석양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로 내려가는 길과 함께 해안 절벽 끝에 조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조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부터 시작된 나무데크길과 아스팔트길 그리고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테크길은 해안도로 전체 길이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2.3km 정도인데 해안도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생태탐방로도 겸하고 있는데 소나무와 더불어 이름 모를 여러 나무 사이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바다뿐 아니라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 식물도 함께 볼 수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가 노을전시관에서 멈춘다. 더 이상 나무데크길이 없다. 오전에 바다에 드리워졌던 해무는 여전하다.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는 등대만이 저 앞이 바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석양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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