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를 계륵(鷄肋)으로 보지 말라
어촌계를 계륵(鷄肋)으로 보지 말라
  • 김병곤
  • 승인 2017.07.06 13:51
  • 호수 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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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말 그대로 닭갈비다.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울 때 이 말을 쓴다.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그렇다고 내 팽개치기는 서운하다는 의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난처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고사에는 슬픔 사연이 숨어있다. 중국 후한시대 한중공방전에서 조조가 이끄는 군대가 밀리던 중 닭요리가 나왔다. 조조는 계륵이라 한탄하고 그날 암호를 계륵이라 정했다. 그 때 조조군의 행정 실무를 맡은 양수가 이 말의 의미를 알고 곧 물러갈 거라고 병사들에게 미리 알렸다. 그러자 조조는 자신의 심중을 귀신처럼 꿴 양수를 ‘군심 교란죄’로 처형하고 태연히 철수했다한다.

지금 정부가 어촌계를 두고 꼭 계륵과 같은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어촌계 설립과 정관변경의 인가권은 지자체장에게 두고 지도·감독권은 지구별수협 조합장에게 있어 실효성 있는 어촌계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일선 수협의 어촌계 지도·감독에 따른 어촌계의 제재규정 조차도 없다.

어촌계는 우리 조상대대로 전해 오는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이 묻어있다. 농어촌 지역 곳곳에 존재해 왔던 계(契)의 하나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농어촌지역에서 유일하게 사회조직으로 어촌계만 존속하고 있다. 어촌계는 1962년 ‘수산업협동조합법’의 제정과 궤를 같이했다. 지난 90년대초에는 법인어촌계가 수협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어촌계는 어촌조직의 하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예로부터 어촌을 구성하는 근간이었다. 협동조직을 지탱하게 하는 풀뿌리 조직이다. 어촌계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지구별 수협의 조합원들이 행정구역이나 경제권을 중심으로 조직된 생산자단체인 수협의 계통조직이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 어촌계는 수협의 최소조직이 아닌 행정조직으로 탈바꿈되고 지방정부의 입김마저 작용하고 있다. 현재 어촌계원 수는 1970년 14만8716명에서 2015년 말 현재 13만8055명으로 1만661명이 감소했다.

어촌계원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 이지만 우선 어촌사회 활력 도모를 위한 정부의 종합지원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개별 어촌계 규약에서 정할 수 있는 어촌계 가입 조건 등 어촌계 규약 공시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귀어희망자에게 정보 습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촌계 실태조사 체계도 미비하다. 수협중앙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어촌계분류평정’외 어촌계 운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조차 없다. 특히 어촌계 설립과 정관변경 인가권이 지자체장에게 있음에도 지자체의 경우 어촌계의 지도·감독을 소홀이 하는 등 행정기관이 실질적인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어촌계 지도·감독권의 이원화로 어촌계 관리가 지난하다. 무엇보다 어촌에 대한 정책수요는 증가하지만 어촌계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어촌계 설립·정관변경 업무를 수협을 통하거나 위임해 어촌계 지도·감독을 강화, 어촌계 가입완화 등을 통해 어촌사회 활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 또한 회원조합의 지도·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어촌계가 회계·법령과 정관 등을 위반했다고 인정될 때 이를 강제 할 수 있는 제재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다 체계적·종합적 지원을 위한 어촌계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귀어귀촌종합지원센터를 수협으로 이관해 포괄적으로 어촌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해수부는 더 이상 어촌계를 수협과 별개 조직으로 생각하지 말고 어촌사회 유지·존속을 위해 어촌계에 대한 모든 제도· 운영을 수협에 넘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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