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_진해 행암철길마을
우리 바다 여행_진해 행암철길마을
  • 배석환
  • 승인 2017.07.06 13:51
  • 호수 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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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달리는 시간



철길 위를 걸어 본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기차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행암철길마을을 찾은 여러 연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딱 그만큼 떨어져 있는 철길 위를 걸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그 걸음은 멈추어진다. 막다른 길이다. 과거의 영광은 출입금지라는 푯말의 엄숙함에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러한 아쉬움을 바다로 떠나는 어선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떠난다.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행암동에 위치한 자그만 어촌마을은 사람들에게 철길마을로 알려져 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로 때문에 독특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 여름이면 진해시민의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다와 인접한 폐선의 길이가 다소 짧아 아쉽지만 초승달 모양의 선착장을 품고 있는 철길의 이색적인 풍경이 있는 진해 행암마을은 오래전부터 바다에서 생계를 꾸리던 조그마한 마을이다. 1969년 마을 옆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철로가 놓였는데 그 이후로 마을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철길이 있지만 어촌마을이다. 천천히 노를 저어야 바다로 향할 수 있는 배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위해 그저 기다린다. 가끔씩 재미진 이야기를 전해주던 기관차가 보이지 않는 것이 서운할 뿐이다. 지금도 바다로 나가 어업인의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도 있지만 그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철길이 끝나는 지점에 바다 쪽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다. 해가 질 때면 사람들은 이곳 산책로를 걸어 산책로 끝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때부터 행암철길마을의 색다른 밤풍경이 펼쳐진다.

보통은 노을이 지면 사람들이 집으로 향하기 마련인데 철길과 선착장을 따라 텐트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숙박을 위한 텐트는 아니다. 그리고 텐트 옆으로 맛있게 삼겹살이 구워지고 가족단위로 저녁을 즐기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을 만큼 금방 만석이 돼 버린다.



철길마을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다 보면 소박한 철길마을과 달리 화려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태양빛을 고스란히 담아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다소 특이한 모습의 건물은 국내 최대 높이라고 알려져 있는 진해 해양전망대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개를 치켜들어야 한다. 딱히 무엇을 닮았는지 떠오르지 않는 생김새 때문에 더욱 궁금해진다.

구조는 간단하다. 아래층의 전시동과 고층의 전망대로 이뤄져 있다. 전망대가 위치한 곳도 음지도란 섬이다. 음지교를 지나야만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음지도와 우도라는 작은 섬을 이어주는 보도교가 2015년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얀색의 보도교와 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어촌마을과는 조금은 다른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전망대에 올라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우도와 그리 멀지 않은 지척에 또 다른 섬인 소쿠리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 멀리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도 보인다. 넋놓고 그 풍경을 보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130m가 넘는 높이의 전망대 바닥이 뚫려 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자세히 보니 유리다. 당연히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할 것이다. 그런데도 섣불리 한발짝 다가가기 힘들다. 어린아이들은 신이 났다. 유리바닥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가 한창이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우도로 향한다.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다리를 지나 우도 선착장에 자리를 잡는다. 과거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행암철길마을처럼 이곳 우도도 해가 지는 시간이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해양전망대 뒤로 해가 지면 사람들은 가던 발길을 멈춘다. 그 장소가 보도교가 됐던 우도 선착장이건 자연이 선사하는 잠깐의 사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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