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리 체험기
백미리 체험기
  • 김웅(수협중앙회 기획관리부)
  • 승인 2009.12.23 15:19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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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百味)리의 백미(白眉)'

백가지 맛을 가진 마을

이름만 들어도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음식이 있듯이 맛있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다고 한다면 다들 조금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자장면마을’이나 ‘떡볶이동네’ 같은 이름을 지닌 마을이라도 있단 말인가? 이번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제 4회 우수어촌체험마을 선정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백미리가 바로 참 맛있는 마을이다.

‘백미리’는 ‘백가지 맛을 가진 마을’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푸른 바다가 주는 백가지 맛에다가 어촌에서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몸으로 체험하는 두 가지 이벤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다.

주말, 일상을 뒤로 하고 맛있는 백미리 마을을 찾았다.

백미리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서 가깝다. 막히는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하면 한산해 한결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다. 백미리 가는 길은 제부도 가는 길과 대체로 겹쳐있어 찾아가는 동안 제부도를 알리는 이정표를 자주 만나게 된다.

백미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제부도까지 10km 정도 남은 거리에서부터 슬그머니 나타나기 시작한다. 각종 음식점과 모텔 그리고 길게 줄지어선 차량들로 복잡한 제부도 가는 길과는 달리 백미리로 향하는 길은 조용하고 한적하다.

백미리에 이르자 이번 어촌체험마을 선정대회 대상을 자축하는 플랜카드가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푸른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어촌체험행사장에 들어선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고 탁 트인 바다의 자유로움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뻗어있는 제방길은 작은 섬까지 이어져 있는데 막상 앞에까지 걸어가 보니 바닷물에 잠겨 있을 뿐 계속해서 이어져 있다.

믿음을 져버리지 않은 부녀회운영 식당

주말이라 도로가 혼잡할까봐 아침식사를 거른 채 출발했더니 배가 출출해 주변을 둘러보는 내 눈에 어촌계 부녀회에서 운영한다는 식당이 들어왔다.

부녀회에서 운영하니까 왠지 합리적인 가격과 어머니 손맛 같은 정성이 배어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겨났다. 바지락 칼국수와 굴밥을 주문했다. 맛 좋은 음식은 싱싱한 재료로부터 출발하는데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이런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겨울철이라 어촌체험마을의 체험행사가 여름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굴까기’ 행사가 한창이다.

30명 정도되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식당 바로 앞마당에 모여앉아 끝이 뾰족한 조새를 가지고 굴껍질과 어설픈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툴긴 마찬가지다. 반가운 마음에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5분 정도 굴껍질과 씨름한 사람들은 다음 단계로 어촌계에서 준비해 준 숯불에 굴을 구워먹는다. 비수기인 겨울철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백미리에서 생굴 까는 체험을 눈으로 직접 보고 카메라에 담기까지 했으니 꽤 운이 좋은 편이다.

멋진 경치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굴까기 체험도 좋았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야말로 백미리의 진정한 백미(白眉)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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