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특별 기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4.27 13:34
  • 호수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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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의 변화된 수산정책을 바란다

"수산업의 존재 이유인 우리 어장은 바다모래채취와 간척사업, 무분별한 항만 개발, 중국어선 불법조업, 남획 등으로 황폐화되고 공멸의 위기에 도달했다. 농업과는 달리 공유지  관리책임이 있는 수산업 경제주체로써 정부는 자율적 휴어기 확대실시, 바다모래 채취금지, 해외어장 진출, 정부 주도의 행정방식 전환 등의 정책 수단을 새롭게 찍어내야 수산업에 희망이 있다. 새 틀로 찍어낸 수산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꿈꾸어 본다."

지난해 국토면적이 44㎢ 증가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하고 수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

농경지보다 수십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갯벌을 메우고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도 자랑스러운 업적처럼 발표하는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분노를 넘어 참담한 현실이다.

작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2만톤을 기록하여 1973년 이래 줄곧 지켜온 100만톤선이 붕괴되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다.

수산업이 융성하려면 ‘어장’, ‘어선’, ‘선원’, ‘어시장’을 잘 아우르는 ‘SYSTEM’이 잘 정비돼야 한다.

이 중 ‘어장’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장’이 없으면 수산업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모래채취와 간척사업, 무분별한 항만 개발,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으로 어장은 황폐화되고 있다.

극심한 어획 부진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위한 남획 등으로 ‘어장’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공멸의 위기에 도달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지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의 수산정책은 어디에도 없고 희망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수산업은 정부가 관리하는 ‘바다’라는 공유지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이라는 점에서 ‘농지’라는 사유지에서 행해지는 ‘농업’과 구별된다.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누가’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제주체’가 농업에서는 농업인이지만 수산업에 있어서는 ‘정부’다.

즉 경제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수산정책은 수산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고 어업인들의 생계와도 직결된다.

‘정부’는 어업인과 수산업에 가장 많은 규제와 제약을 가한다. 공유지 관리 책임 때문이고 바로 이 점이 수산보조금과 다른 산업의 ‘보조금’ 간에 현격한 본질적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이다.

산업 중에서 가장 규제와 제약이 많은 분야가 수산업인데 이는 ‘정부’가 ‘바다’라는 공유지 관리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로 인해 수산보조금의 성격도 다른 산업의 ‘보조금’과는 본질적으로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금어기, 채포금지 체장확대, 조업구역조정, 혼획비율의 변경 등 자원보호정책이 시행되면 어업인소득은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어업인의 손실을 보전하는데 쓰이는 예산은 공유지 관리비용일 뿐 어업인에 대한 ‘시혜적’ 성격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산업과 다른 분야의 보조금을 동일한 범주로 간주했고 방향을 잘못 잡은 수산정책이 수십년 간 지속되는 사이 대한민국 수산은 ‘백약이 무효’라 해도 과언이 아닌 ‘중병’에 걸렸다.

정부는 어자원보호를 위해 인공어초, 치어방류, 바다숲조성, 자율관리공동체 지원 등으로 연간 12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지속한 결과 어자원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기존의 모든 수산정책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 아니라 모두 용광로에 쓸어 넣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척, 자율적 휴어기 확대실시, 바다모래 채취금지, 경제성 없는 무분별한 항만개발 중단, 중국어선 불법조업 강력 단속, 연안어업·어선의 해외어장진출 등과 같은 새로운 정책 수단으로 새롭게 찍어내야 수산업에 희망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 수산정책 공급자인 정부 주도로 이뤄져왔던 행정 방식도 싹 바꿔야 한다.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수산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자원 관리에 대한 방향과 ‘틀’을 만들고 정책의 수요자인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유인책’과 ‘채찍’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은 저서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에서 “공유지는 결국 자율적으로 관리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어업인 스스로 참여하는 감척과 정부주도 직권감척을 병행해 적정 어선세력을 유지하고 자율적 휴어제를 도입해 자원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해외어장 개척도 절실하다. 우리 어선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연근해어장의 경쟁조업을 완화시켜야 자원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도하개발아젠다(WTO/DDA) 체제의 어업용 면세유류 공급 중단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대부분 노후화된 어선이 야기한 수산업 경쟁력 낙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친환경 중소형 전기어선의 개발도 시급하다.

선원의 고령화와 부족의 문제도 잘 대응해야 한다. 오늘날 청년실업의 문제는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의 문제다.

장기적으로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존재 이유이고 사명임을 가르쳐야 한다. 일이란 나아가 이웃 사랑의 표현이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계명의 실천임을 깨우쳐야 한다. 이를 통해 ‘바다’가 청년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며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수산분야 병역특례제도 확대 및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로 나뉜 외국인선원 도입제도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정부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만인 유통구조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 고품질 수산물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 앞으로 산지 위판장 규모에 따라 품질위생관리와 관광을 접목한 관광형 위판장을 대거 도입하고 연간 300억원 이상을 거래하는 대형 위판장은 산지수산물유통거점센터(FPC)로 확대시켜 내륙지 분산물류센터와 직접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는 수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어촌과 수산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새 틀로 찍어낸 수산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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