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14)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14)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4.20 14:28
  • 호수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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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끈적한 점액으로 뒤덮힌 메기…야행성으로 강·하천 서식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점(鮎)【머여이】

몸이 미끄럽고 끈적이기 때문에 점(鮎)이라 하고 이마가 고르고 평평해서 이(鮧)라고도 한다. 큰 것은 제(鯷)라고 한다. 『설문』에 ‘제는 큰 메기다’라고 하고 『전국책』에서 ‘제의 껍질로 만든 갓을 쓰고 붉은색 차조기로 꿰맨 옷을 입는다’의 주에 ‘제는 대점(大鮎)’이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입이 크고 배가 불룩하며 지느러미가 길고 꼬리는 좁아진다. 두 눈은 위로 펼쳐져 있고 4개의 아가미는 가로로 벌려있다. 강과 시내 도처에 있다. 흐르는 물에서 자라는 것은 푸른빛이 도는 흰색이고 고인물에서 자라는 것은 푸른빛을 띤 황색이다. 점(鮎)의 살은 회나 구이에 적당하지 않고 고깃국으로 끓이는 것이 좋을 뿐이다.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대체로 독이 있으므로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점(鮎)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입과 배가 다 큰 것은 화(鱯)【음은 호(戶)】이고 배가 푸르고 입이 작은 것은 점(鮎)【음은 염(廉)】이며 입이 작으며 등이 누렇고 배가 흰 것은 외(鮠)【음은 위(危)】이다’라고 했다.

안: 이 설은 본래 이천의 『의학입문』에 근거한 것인데 이천은 또 한보승의 『촉본초』를 답습해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그 잘못을 변별해 이르기를 ‘점은 모두 입이 크고 배가 커서 입이 작은 것은 있지 않다. 호(鱯)는 점과 같지만 입이 턱 아래 있으며 꼬리에 두 갈래가 있으니 본래 점과 같은 종류가 아니다. 외( 鮠)가 곧 호(鱯)이니 남쪽 사람들의 사투리 때문에 ‘위’로 음이 바뀐 것 이므로 서로 다른 사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 말이 믿을 만하다.

우안: 『본초강목』에 ‘이어는 일명 언어라고 하니 그 이마가 낮게 누웠기 때문에 언이라고 한다’고 했지만 이 설은 옳지 않다. 언을 점이라고 한 것은 모씨의 『시전』에서 비롯됐는데 모씨 또한 『이아』를 오해해 잘못을 범한 것이다. 『이아』의 「석어」에는 ‘이(鯉)·전(鱣)·언(鰋)·점(鮎)·예(鱧)·환(鯇)이다’라는 글이 있다. 이 여섯 물고기는 사람들이 쉽게 알고 있어서 풀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아』에서 일일이 낱개의 이름을 들어 그 항목을 내세운 것이지 진실로 이를 전으로 해석하고 언을 점으로 보며 예를 환으로 풀이한 것이 아니다.

평설

 점(鮎), ‘머여이’의 표준명은 메기다. 메기목 메기과 물고기인 메기는 오염에 민감하지 않고 물이 깨끗하지 않아도 잘 사는 환경적응력 덕분에 우리나라 전 지역의 강과 호수에 두루 분포한다. 물살이 느린 강 중·하류의 돌 틈이나 바닥 근처에서 산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강바닥이나 돌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데 작은 물고기나 수생곤충, 올챙이 등 수중동물을 잡아먹는다.

몸이 길고 전체적으로 원통 모양이지만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고 몸 뒤쪽은 옆으로 납작하다. 눈은 작고 두 눈 사이가 매우 넓다. 입은 크고 입수염은 두 쌍이며 콧구멍 옆에 달린 수염은 길어서 가슴지느러미까지 닿는다. 몸에는 비늘이 없어 점액으로 뒤덮여 있다. 지역이나 개체에 따라 몸 색깔의 변이가 심하며 불규칙한 얼룩무늬가 있고 배부분은 연한 노란빛을 띤다. 메기과에는 메기와 비슷하게 생긴 미유기가 있다. 미유기는 메기보다 작은 한국 고유종인 별도의 어종이지만 경기도와 함경도 지방의 옛말에서는 둘 다 메기라고 불렀다. 어보에서는 제(鯷), 호(鱯), 위( 鮠) 등 중국의 여러 메기 종류를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메기과 물고기는 메기와 미유기 2종뿐이다. 우리는 메기를 점(鮎)이라 쓰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은어의 한자이름을 써서 혼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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