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_땅끝 해남군
우리 바다 여행_땅끝 해남군
  • 배석환
  • 승인 2017.04.06 14:19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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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되는 강강술래길

울돌목과 진도대교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우수영관광지
방죽샘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땅끝 해남군. 완도군과 신안군을 바다에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어 예부터 다양한 문화가 전파되는 중심지였다. 지금은 지친 마음을 달래고 새롭게 시작하는 여행의 출발점으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국토대장정의 시작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배낭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해남군은 땅끝 마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다른 역사적으로 중요한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중 하나가 진도군과 이어져 있는 진도대교 근처 ‘울돌목’을 시작으로 ‘명량대첩비’까지 이어져 있는 ‘강강술래길’이다. 

약 7km 정도의 구간으로 조성된 강강술래길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해남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도군행 버스를 타야 한다. 군내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완행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진도군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울돌목은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영화 <명량>의 성공으로 이제는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선두리 벽화마을 대항 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울돌목에서 울어대는 파도는 여전히 회오리를 만든다. 진도대교를 사이에 두고 조성된 우수영관광지는 이순신충무공이 이룩한 명량대첩의 기운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었긴 하지만 실제 회오리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현대식 군함도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거세게 휘몰아친다.

‘울돌목거북선’이라 불리는 유람선을 타고 직접 울돌목의 회오리파도를 경험할 수도 있다. 다만 관광객들이 울돌목거북선을 타는 장소는 진도대교와 조금 떨어진 곳인 문내면 선두리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걸어서 갈 수 있다. 강강술래길이 조성됐기 때문에 그리 높지 않은 산등성이를 타고 30여 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우수영 관광지부터 선두리 선착장까지의 강강술래길이 등산로라면 선착장부터 명량대첩비까지의 구간은 한적한 마을을 가로지른다. 특별히 강강술래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마을의 적적함을 달래주려 만들어진 벽화골목이 바닷가 시골의 정취와 어우러져 사복사복 걷기에 좋은 곳이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마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를 베지 마라….’ 무소유의 정신을 살아생전뿐 아니라 죽어서도 실천하신 나라의 큰 어른 법정스님이 남긴 말이라 한다. 이러한 법정스님의 생가가 강강술래길 한편에 위치한다. 그 명성에 비해 초라할 만큼 관리되고 있지만 이 또한 생전 법정스님의 철학을 생각한다면 잘된 일일지 모른다.

생가를 지나 서상리쪽으로 들어서니 그 옛날 전라우수영 수군들의 식수원이었던 방죽샘을 만난다. 특이하게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풍수지리학상 이곳이 호랑이의 눈에 해당된다고 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골목에는 사람 냄새를 찾기 힘들다. 간혹 보이는 이발소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오르막을 걷다 보니 멀리 누각 같은 것이 애처롭게 놓여있다. 바로 명량대첩비다.

보물 제503호로 지정된 대첩비가 이렇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일제 강점기 악독한 일본인에 의해 버려져 있던 것이 발견돼 해남 충무사로 옮겨졌던 것을 원래 비문이 있던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 것이 지난 2011년 3월이라 한다. 무려 323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울돌목 회오리파도가 아직도 저리 울부짖는 이유가 이것 때문은 아닌가 싶다.

가장 인간다운 소소한 이야기부터 때론 거대한 역사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강강술래길. 그 속으로 들어가 충무공의 고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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