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의 날’
‘수산인의 날’
  • 이명수
  • 승인 2017.03.16 12:54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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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전국 어업인들의 ‘해상시위의 날’이다.

어업인들이 4만여척의 어선과 함께 동서남해 해상과 항포구에서 해수부와 국토부의 바다모래채취 연장 야합을 성토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한 총궐기의 날이었다. 유사이래 최대 해상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어업인들의 절박감이 전 바다를 메아리 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10분을 기해 전국 바다에서 분노의 뱃고동이 울렸다. 

일부 어선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다모래채취 현장까지 가 집단 시위를 벌였다.  

어업인들은 자신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이를 묵살한데 대한 분노이자 더 이상 내몰릴 곳이 없는 사지(死地)에서 처절한 심경을 정부에 전달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어업인들을 핍박한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어업인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단 한가지다. 바다모래채취 연장 즉각 철회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번 해상시위를 통해 보여줬다.

어업인들은 바다모래채취가 중단되는 날까지 저지투쟁을 이어간다고 천명했다.

오는 4월 1일은 6번째 맞는 ‘수산인의 날’이다. 1969년 4월 1일 ‘어민의 날’이 그 효시(嚆矢)이지만 1973년 ‘권농의 날’, 1997년 5월 31일 ‘바다의 날’에 통합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1년 4월 1일 ‘어업인의 날’을 부활하고 지난해부터 명칭을 ‘수산인의 날’로 바꿔 오늘에 이르게 됐다.

수산인의 위상확립과 권익향상을 위한 기념일이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수산인들의 위한 축제의 시간이자 불굴의 의지로 이어온 수산인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수산인의 날’은 희망은 커녕 절망과 울분이 교차하는 매우 서글픈 날이 될 듯 싶다. 침울한 분위기도 예견된다. 해양수산부를 성토하는 우려감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바다모래채취 중단을 갈구(渴求)했던 범 수산계의 요구를 외면한 해수부의 행태 때문이다.  

해수부가 수산인의 위상 확립과 권익향상을 모토로 한 기념일의 의미를 퇴색시킨 장본인으로 치부하고 있는 수산인들의 심경을 반영한 것이다.

기념일에 어떤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수산인들을 대할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해수부가 ‘수산인의 날’을 맞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풍요로운 바다, 꿈이 있는 어촌, 미래를 여는 수산인’이 정말 무색하다. 무엇하러 이런 날을 만들었나.

‘수산인의 날’이 애사(哀史) 아닌 경사(慶事)의 날이길 기대하며 정부가 현명한 해법을 내놓길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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