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_욕지도
우리 바다 여행_욕지도
  • 배석환
  • 승인 2017.03.16 12:54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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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만들어낸 근대 어촌 발상지 욕지도 ‘좌부랑개’

▲ 욕지도 전경

주말이면 욕지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운항되는 선착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승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난다. 통영에서 욕지도로 출발하는 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항여객선터미널이 대표적이다. 삼덕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시간상으로 30여 분 정도 빠르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삼덕항을 더 많이 찾는다. 삼덕항에서 1시간 남짓 바다를 가르니 욕지도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러 온 정복군처럼 발걸음을 서두른다. 섬이지만 트레킹과 등산코스가 유명해 형형색색의 등산복무리가 매화꽃보다 먼저 삭막했던 섬에 봄을 연다.

▲ 고등어 양식장
▲ 좌부랑개 골목

욕지도에는 5개의 높은 봉우리가 있다. 출렁다리가 있는 동쪽 부근에 망대봉과 일출봉이 있으며 서쪽 부근에 대기봉 및 섬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329m), 그리고 약과봉이 있다. 봉우리 모두를 돌아보는 등산코스도 잘 정비되어 있어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보이는 곳곳에 가두리양식장이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일반인들이 흔히 봐왔던 양식장은 바둑판 형식의 사각형모양인데 욕지도엔 둥그런 형태의 양식장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 고등어 양식장이다. 욕지도에서 고등어를 빼놓고 이야기 하면 섬의 역사가 사라져 버릴 만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 어업이 발달한 욕지도는 풍부한 어장으로 인해 인구도 2만여명이 넘었고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건너와 정착을 할 정도로 풍족한 수산물로 유명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어종이 전갱이와 고등어였다. 또한 계절에 상관없이 멸치 어장이 형성되어 전국 각지의 멸치 선단들이 몰려들었다.

▲ 좌부랑개 골목
▲ 좌부랑개 골목

수산물이 풍부하니 사람들이 몰리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파시를 비롯해 수산시장이 형성됐다. 낮에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롱불을 밝히며 야간 시장이 서기도 했다고 한다. 매일 파시를 통해 거래되는 고등어는 얼음 냉장해 일본으로 보내지고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저장방법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냉동고가 없었다. 여름에는 상한 생선을 버려 욕지도 바다 앞이 버려진 생선으로 가득했다는 구전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염장이다. 어업조합에서 경매를 마친 고등어를 섬 아낙들이 손질해 간독에 염장했는데 그 규모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규모였다고 한다. 또한 집집마다 간독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어획규모가 어느 정도 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자부마을, 일명 ‘좌부랑개’(부가 넘쳐나는 마을이라는 속설에서 유래) 라 불리는 어촌마을이다. 근대 어촌의 발상지로 불리고 있다. 욕지항 기준 오른쪽 방향 해안도로를 따라 500여m 정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옛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 흔적이 여기저기 남겨져 있다. 300여 미터 정도 되는 골목에는 술집만 40여개가 영업을 했을 정도로 돈이 넘쳐났었다. 그 밖에 우체국과 당구장, 목욕탕, 여관 등 섬 마을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번만큼 번창했었다.

하지만 천년만년 가는 권력이 없듯이 마을의 부귀영화는 고등어가 사라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남획으로 고등어 어획량이 줄어들자 1970년대 파시가 막을 내리면서 사람들은 섬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자부랑개 마을은 존재한다. 어업조합이 있던 자리는 욕지도수협 저장창고가 들어서 있고  소방서 건물과 여관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민가로 바뀌었다.

옛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욕지도 바다에는 여전히 고등어들이 노닐고 있다. 인공부화를 통해 양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치어를 잡아 가두어 상품성이 있는 정도 크기로 키운 다음 판매를 하고 있다. 정치망과 원형양식장을 결합해 성질 급한 고등어를 양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백성의 물고기라 불리는 고등어의 명맥이 아직 욕지도에서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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