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도 다르고 사안도 사뭇 다르지만 해양수산부의 결정이 꼭 그러한 것 같아 그 외마디가 온몸을 짓누르게 한다. 어업인들이 해상시위까지 강행했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결사반대한 바다모래채취를 해수부가 슬그머니 연장하고 말았다. 어업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피해조사와 근본적·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남해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모래채취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남해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채취 중단 촉구 결의안'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를 무시하고 법안 통과 나흘 뒤인 27일 국토부와 합의해버렸다. 어업인들을 보호해야 할 해수부가 결국 국토부의 손을 들어줘버렸다.
해수부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골재 채취를 완전 중단하지 못 하게 한 점은 유감이나 최대한 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에서 협의했다”고 변명했다. 그리고 남해 배타적경제수역 골재 채취에 따른 피해영향에 대한 용역 조사, 골재 채취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용역, 골재 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바다모래채취가 수산자원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 해양보전과가 발행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Ⅵ)-수산자원 분포 및 변동연구’보고서는 해사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과 성육장 등을 감소시키고 어업활동을 저해해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28명이 참여한 보고서다. 특히 해사채취 동안 발생하는 저서중형동물의 감소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연쇄를 통해 수산생물의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해사채취시 발생한 웅덩이로 인해 주변해역에서는 트롤을 연결하는 전개판이 2회 끊어져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바다모래채취가 수산자원고갈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채취방법 개선 및 채취 깊이 제한 △주요자원의 산란기간 골재채취 제한 △난·자·치어 출현 시기에 골재채취 제한 △자원회복을 위한 방류사업 추진 등을 보고서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 바다모래채취가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비책은 준비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 직무유기다. 이처럼 어업인들을 위해 존재해할 해수부가 골재채취업자들에게 손을 들어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득될 수 없다. 적어도 정부는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회의는 현재진행형으로 춤추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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