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12) (蘭湖魚名考)
난호어명고(12) (蘭湖魚名考)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2.23 14:44
  • 호수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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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한자 이름 많은 삼치,
위장술에 능한 고등어

마어(麻魚)【삼치】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에서 모두 난다. 모양은 조기와 비슷한데 몸이 둥글고 머리가 작으며 주둥이가 길고 비늘이 잘다. 등마루가 푸른빛을 띤 검은색으로 기름을 뿌린 것처럼 빛이 난다. 등마루 아래 좌우에 검은 아롱진 무늬가 있고 배는 순백색이며 맛이 매우 감미롭다. 큰 것은 길이가 1장이 되고 둘레가 4~5자가 된다. 북방 사람들은 마어(麻魚)라고 부르고 남쪽 사람들은 망어(魚)라고 부른다. 어가에서는 즐겨 먹지만 사대부 집에서는 요리로 먹는 경우가 드무니 그 이름을 싫어해서이다.

평설

어명고에 마어(麻魚), ‘삼치’로 기록된 물고기는 오늘날 이름도 삼치이다. 농어목 고등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봄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연안이나 북쪽으로 이동하며 길이는 100cm, 무게는 7.1kg까지 성장한다. 삼치는 어명고에 ‘등뼈 아래 좌우에 검은 아롱진 무늬가 있다’고 하였다. 『자산어보』에서는 망어(魚)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치의 등에 있는 검은 반점에서 구렁이를 연상했기 때문인가 싶다.
삼치는 방언이름보다 한자이름이 많다. 삼치(參致), 마어(麻魚), 망어(亡魚, 望魚,魚), 마어(馬魚), 두교어(杜交魚), 마교어(馬交魚), 발어(鮁魚), 삼치(    致), 삼어(    魚) 등이다. 어명고에 “대부 집에서는 요리로 먹는 경우가 드무니, 그 이름을 싫어해서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삼치의 다른 이름인 망어에 망할 망(亡)자가 들어간 것 때문이다.
어명고에서는 ‘맛이 매우 좋다’고 하였다. 구이와 찜, 튀김 등으로 조리하며 지방함량이 높으나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동맥경화와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살이 연하고 지방질이 많아 다른 생선에 비해 부패 속도가 빠르므로 식중독에 주의해야 한다.

고도어(古刀魚)【고등어】

호남의 먼 바다에서 난다. 모양이 청어와 닮았지만 비늘이 없다. 등 양쪽으로 마주해 가시처럼 단단한 지느러미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뱃속에는 검은 피가 점점이 가닥 지어져 있다. 큰 것은 1자 남짓이고 작은 것은 3~4치이다. 성질이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해 수천수백으로 무리를 짓는다. 어가에서는 매년 가을과 겨울에 낚시로 잡는다. 소금에 절여서 말린 고기를 만드는데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

『화한삼재도회』에서 최우석의 『식경』을 인용해 이르기를 “소(鰺)는 조기와 같은데 꼬리에 흰 가시가 나란히 나 있다”고 했으니 이 물고기를 가리킨 듯하다. 그러나 『자서』를 상고해 보면 소(鰺)는 본래 조 (臊)로 돼 있는데 비린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주례』「천관」에 ‘포인(중국의 옛 벼슬이름)이 조(臊)를 만들었다’라고 했으니 이것이다. 본래 물고기 이름이 아닌데 최씨의『식경』은 어디에 근거했는지 모르겠다.

평설

고등어(古刀魚)는 농어목 고등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30cm 정도이고 등 쪽은 어두운 푸른색이고 배는 희다. 『자산어보』에는 벽문어(碧紋魚)와 고등어(皐登魚), 『재물보』에는 고도어(古道魚)라고 기록돼 있다.

등에 푸른빛을 띤 검은색의 물결무늬가 측선에까지 분포해 벽문어(碧紋魚)란 이름을 얻었다. 이런 색깔은 일종의 보호색으로 하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보면 바닷물 같아서 잘 눈에 띄지 않고 바다 속에서 포식자들이 보면 배가 밝은 색깔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이런 색깔을 ‘반대음영(反對陰影)’이라 하는데 일종의 위장술이다.

고등어는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의 온대 및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부어성(浮魚性) 어종으로 표층 또는 표층으로부터 300m 이내의 중층에 서식한다. 계절회유를 하며 한국에는 2~3월경에 제주 성산포 근해에 몰려와 점차 북으로 올라가는데 그중 한 무리는 동해로 다른 한 무리는 서해로 올라간다. 9월~다음해 1월경부터 남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화한삼재도회』의 인용에서 ‘소(鰺)가 꼬리에 흰 가시가 나란히 있다’는 것은 고등어의 특성이 아니라 일본 말로 아지(あじ)라고 부르는 전갱이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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