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는 바다모래 채취에 명쾌한 답을 내라
해수부는 바다모래 채취에 명쾌한 답을 내라
  • 김병곤
  • 승인 2017.01.19 13:01
  • 호수 3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서양단(首鼠兩端). '쥐가 머리를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는 뜻이다. 주저주저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느 한쪽으로 붙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다. 수서(首鼠)는 머리를 내밀고 있는 쥐, 양단(兩端)은 반대되는 두 끝을 말한다. 한무제 때의 일이었다. 한무제의 외척인 두영과 전분이란 신하는 강력한 권세를 누리며 서로 왕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면서 오랫동안 경쟁관계에 있었다. 어느 날 이 두 신하가 하찮은 일로 시비가 벌어져 그 흑백을 가리게 될 일이 생겼으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조정회의에 부쳐지게 됐다. 그러나 무제도 난감해 하며 두 사람의 죄를 규명하는 부하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 역시 양쪽 다 주장하는 것이 옳으니 왕께서 알아서 재단하라고 했다. 이 때 무제는 그 신하를 불러 "그대는 구멍에서 머리만 내민 쥐처럼 엿보기만 하고 이비곡직(理非曲直)이 분명한 일을 얼버무리는 가"라고 쏘아붙이며 말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야기다.

비유하기 뭐하지만 해양수산부가 꼭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 바다모래 채취 문제를 놓고 해수부장관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부산에서 열린 해양수산정책간담회에서 해수부장관은 “당장 골재채취를 막는 건 무리인 만큼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골재채취를 하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수산언론에서도 장관이 부산지역 수산업계에 바다모래 채취 허가 연장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차대한 문제다. 해수부 장관이 어업인들의 생존권 파괴가 이루어고 있는 문제에 “당장 막는 것은 무리다”한 것은 정작 보호해야할 어업인들 보다는 국토교통부 소관인 건설업자의 편을 들어준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구나 국토부가 내세우고 있는 논리에서도 “해양수산부장관이 발언한 내용이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며 정부는 어업인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토부 관계자는 “해양환경에 대해서는 해수부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해양영향평가를 통해 바다모래 채취량을 정해주면 국토부는 이에 근거해 단순히 집행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해수부의 입장에 따른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바다모래채취 문제해결은 간단하다. 바다모래 채취 허가 연장은 해수부장관의 명확한 판단만 있으면 해결된다. 법에서도 해수부장관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골재채취법’ 제21조 2의 규정에 따른 바다골재채취예정지의 지정, ‘골재채취법’ 제22조의 규정에 따른 바다골재채취의 허가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골재채취 시 해양수산부장관에게 해역이용영향평가를 요청토록하고 있다. 특히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골재채취 허가와 단지지정권자는 국토부장관이지만 해역이용 협의자는 해수부장관이다. 따라서 해수부장관의 의지만 있으면 바다모래채취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해수부는 지금이라도 바다모래채취를 반대하는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그동안 어업인들은 해양생태계의 훼손과 생존권 피해를 호소해 왔다. 즉각적인 바다모래채취의 중단과 대책마련을 요구한 어업인과 수산산업계를 외면한 개발지상주의적 골재수급정책을 끝내야 한다. 해수부의 설립과 재탄생은 어업인들의 결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해수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바다모래채취에 분명한 답을 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