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서울시는 갈등중재자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서울시는 갈등중재자이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1.12 10:19
  • 호수 3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봉수 서울시갈등관리심의위원·수산물품질관리사

노량진수산시장은 작년 초부터 현대화시설을 갖추고 도매업체와 관련업체들이 대부분 입주하여 현재 도매 업무는 잘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입주 거부하는 일부 판매상인들은 황량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낙후된 철거대상 옛 건물 터에 남아서 장사(소매)를 하고 있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수협중앙회는 시장정상화를 위해 임대료 조정, 영업공간 확보 등을 상인들에게 제안했다고 하나 미흡하다한다. 판매상인들이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해결이 어려워만 가고 있다. 경제침체의 어려움 속에 어업인들의 소득향상과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의 목적인데 안타까울 뿐이다.

미입주 판매상인들은 개설자인 서울시가 곧 관여할 것이고 그러면 보상도 받고 큰 방패가 되어주지 않겠는가? 기대하고 있다한다. 이에 필자는 관계법령에 따른 서울시 입장을 검토해 보았으나 서울시가 깊이 관여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매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근거로 개설하며 이 법은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농안법 제1조).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중앙도매시장’이란 특별시·광역시가 개설하며 도매의 중심이 되는 수산물도매시장으로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농안법 제17조).

이처럼 농안법에 보면 최종적으로 보호대상은 생산자(어업인)와 소비자(국민)이지 상인이 아니다. 더욱이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은 명칭대로 도매의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소매)상인은 한발 더 비켜있다고 볼 수 있다.

농안법 상 개설자인 서울시로서도 중앙도매시장 내 소매상인에 대한 지원적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소매상인보다는 도매기능과 소비자보호에 우선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개설자로서 도매시장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개설자로서 소비자 보호에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빠른 시장정상화를 위해 미입주 판매상인들과 도매시장법인(수협)간의 갈등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인들에게 더 좋은 환경과 여건이 주어지도록 수협도 통 크게 양보하도록 하여 중재해야 한다. 아울러 상인들과 수협이 함께 참여하여 상품의 안전, 선도유지, 품질관리, 상품성 향상하도록 지원하고 시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오랜 기간에 걸친 노량진수산시장의 사유화(수협과 해수부 공동투자)된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수협노량진수산(주)에 ‘시설물관리, 거래질서 유지, 유통 종사자에 대한 지도·감독 등에 관한 관리’를 실질적으로 위임해 왔다. 

이제 와서 최근 실시된 정책토론회에서 거론된 대로 서울시가 공공출자 등의 형태로 불쑥 뛰어들까 우려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는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갈등은 증폭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도매시장 승인권자인 해양수산부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판매 상인들이 원한다고 공공출자법인을 서울시가 추진할 명분도 별로 없다. 다만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미입주 판매상인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현대화 시설 안으로 조기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인생 마지막 즈음 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라는 책에서 친절에 대하여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라고 남겼다.

수협의 담당자들이 매일 견고한 여리고성을 도는 심정으로 톨스토이가 말한 ‘친절’로써 미입주 판매상인들에게 찾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통해 주길 바란다. 갈등의 성벽이 무너지고 해결의 문이 열릴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