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II _ 평생을 바다와 함께한 어업인
신년기획II _ 평생을 바다와 함께한 어업인
  • 김병곤
  • 승인 2017.01.05 18:57
  • 호수 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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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으로 개척한 바다, 성실함으로 풍요를 일궈내다”

전남 영광군 향하도 어업인 정상석씨

김 양식 실패의 연속…어선어업으로 소득 안정
축적된 경험 토대로 수산자원보호 전도사 자처

전남 영광군 염산면 향하도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해 2월 칠산타워가 완공돼 일몰은 물론 칠산 앞바다의 풍광과 일출까지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와는 달리 조기어장으로 소문난 칠산 앞바다는 거칠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이 곳 험난한 파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맨주먹 하나로 바다 개척에 뛰어들어 타고난 성실함으로 풍요의 바다를 일궈가는 사람이 있다.

정상석(64) 향하도 어촌계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상석 씨는 40여년을 수산업의 외곬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완도가 고향인 정씨는 고향에서 28세에 어촌계장 맡을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바다이기에 그에게 바다는 늘 도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김 양식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어장을 찾았고 1986년에 향하도 앞바다를 선택했다. 그는 아내 김용수 씨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김 양식 어업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그에게 호락호락 모든 것을 내주지 않았다. 외지인이라는 텃세가 발목을 잡았다. 어촌계원에 가입조차 하지 못해 3년간 다른 사람의 양식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김 양식장을 겨우 구입했지만 작황이 좋지 않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차에  2004년 지인의 도움으로 주로 연안에서 새우를 잡는 개량안강망어선을 구입했다. 그의 부지런한 모습을 지켜보던 지인이 어선 구입자금을 빌려준 것이다. 근면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정 씨 부부는 바다일을 함께하며 점차 소득이 안정되고 3남매 아이들도 훌륭하게 성장했다. 지금은 부부와 2명의 직원들이 함께 조업을 한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정 씨는 이제 지역봉사 활동과 수산자원보호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어업을 경영하면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어린치어 남획금지’를 위해 그물코를 자율적으로 확장하는 등 어업인 스스로 수산자원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겪었기에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어업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정기적으로 불우 어업인을 돕고 수산인재육성에 힘쓰는 등 지역사회 공헌에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어업인과 유관기관의 협력과 화합을 통한 결속을 강화하는데 기여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업인 스스로로부터 어자원의 남획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 그래서 불법어업 근절은 물론 어장과 자원의 이용주체인 어업인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지도하며 수산업의 선구자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바다에서 태어났고 어업은 저의 삶의 전부다”라는 정 씨는 한평생 거친 파도를 이기며 살아 와서 그런지 얼굴은 훨씬 밝고 젊어 보인다. “수산자원관리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제 모든 어업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한 다”고 강조했다. 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정 씨는 또 다시 시작된 새해 아침에도 희망의 그물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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