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弔辭)] “바다를 사랑한 당신들을 이제 보내드립니다”
[조사 (弔辭)] “바다를 사랑한 당신들을 이제 보내드립니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05.06 20:42
  • 호수 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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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오시면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98금양호 선원 아홉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고 합니다.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사고로 98금양호는 깊고 깊은 서해 바다에 선원들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살신성인의 혼을 불사른 선원 분들의 값진 희생을 온 국민들과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

온갖 위험과 대자연의 준엄함이 공존하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뱃사람이긴 하지만 지난 달 2일의 비보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거친 바다와 함께 살아오신 분들이라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다니 우리 국민들은 지금도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인명은 재천이라 하였지만 이렇게 가시는 것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부족해서인 것 같아 더더욱 보내드리기가 힘이 듭니다.

가족들이 애타게 울부짖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한결같이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어찌 이 모든 분들의 애끓는 슬픔을 뒤로하고 그렇게 가버리십니까?

98금양호 선원들이시여!

당신들은 누구보다 바다를 사랑한 진정한 어업인들이었습니다.

또한 누구보다 순수하게 조국을 걱정했던 진정한 애국자였습니다.

국민 모두가 천안함 침몰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 전에 슬픔을 억누르고 실종 장병 수색에 나섰던 것은, 우리 어업인이 그리고 우리 수산업이 생계를 뛰어넘어 국가안보에도 크나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소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자랑스러운 일들을 하시고 북망산천으로 홀연히 그 걸음을 떼어내실 수가 있으십니까?

98금양호 영령들이시여 !

당신들은 한순간에 육신마저 삼켜 버릴 만큼 무서운 바다인 줄 알면서도 조그만 뱃전에 몸을 맡긴 채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며 항상 바다와 함께 했습니다.

당신들의 피땀으로 건져 올린 한 마리의 생선으로 우리는 더없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파도와 싸우며 얼마나 육지가 그립고 가족이 그리우셨습니까?

그래서 미안합니다. 이토록 늦게 당신들 허한 마음을 알아 미안합니다. 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우리 대한민국 바다에 쏟아 부은 무한한 애정과 뜨거운 열정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당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 알겠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이 단장의 슬픔으로 밀려옵니다.

당신들께서 매일매일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일궈 오신 서해바다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를 존중하며 자연과 상생하는 법을 터득하려 애썼던 당신들 삶의 발자취들은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비록 당신들은 가고 없지만 구릿빛 피부에 웃음이 누구보다 해맑던 당신들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한달음에 달려가 내 자식 같고 내 조카 같던 장병들을 수색했던 그 조건없는 조국사랑 역시 간직하고 또 간직하겠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그 높으신 가르침을 받들어 실천하는 것만이 당신들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고귀한 정신을 모든 정성을 다해 받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제 이 모든 슬픔을 묻고 당신들을 편한 곳으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저 하늘에서 우리를 굽어 살펴주시기 바라며, 지난 날은 고단했으니 부디 편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2010. 5. 6
98금양호 장례위원장 수협중앙회장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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