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10)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10)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12.29 15:16
  • 호수 3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에서 ‘민물’ 우리나라에서 ‘바닷고기’로 혼선

방(魴) 【방어】
동해에서 나는데 관북과 관동 연해의 주군 및 영남의 영덕과 청하 이북에 모두 있다. 머리가 크고 몸이 길다. 큰 것은 6~7자가 되며 비늘이 잘아서 없는 것 같다. 등은 푸른빛을 띤 검은색이고 배는 부연 흰색이다. 살빛은 진한 붉은색인데 소금에 절이면 엷은 붉은색이 된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먹으면 취한다.

논자들은 ‘시경’에서 시인이 읊은 방어(魴魚)라고 한다. 그러나 ‘시경’에서 말하기를 “어찌 고기를 먹음에 반드시 하수(河水)의 방어(魴魚)라야 하리오”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해진 통발이 어살에 있으니 그 물고기는 방어(魴魚)와 환어(鰥魚)로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방어는 강과 하천, 내와 어량에서 나는 물고이지 바다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또 방어가 방어다운 것은 목이 움츠려 들었고 등마루가 높고 배가 둥글기 때문이다. 그 형태가 넓적하고 네모나기 때문에 일명 편어(鯿魚)라고도 한다. 지금 동해에서 나는 것은 네모나지 않고 길으니 어찌 본래 한 종류이면서 산지에 따라 차이가 심한 것이라고 하겠는가.

평설

어명고에 방어(魴魚), ‘방어’라고 기록된 물고기의 표준명은 방어다. 방어는 농어목 전갱이과의 바닷물고기로 북서태평양의 남중국해, 타이완, 동중국해, 일본, 한국 등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방언 이름으로 히라스, 히라시(통영·거체·동해), 부시리(여수·울산·제주), 부리(마산·창원), 재방어(제주), 마래미(함남), 마르미, 떡메레미, 메레미, 피미, 마르미, 방치마르미(강원), 사배기(경북), 메리미(포항·경주·영덕·울릉) 등이 있다.

옛 이름으로 해벽어(海碧魚), 사(     ), 무태방어라고 불렸다. 무태(無太, 無泰)는 ‘매우 크다’는 의미로 쓰이며 무태방어는 방어 중 큰 것을 말한다. 다른 물고기에서도 큰 것을 무태장어, 무태상어, 무태다랭이(無泰      , 물치다래)로 부르기도 한다(김홍석, 2000)

방어는 등푸른 생선으로 상온에서 두면 상하기가 쉽다. 어명고에서 ‘어린 아이들이 많이 먹으면 중독된다’는 것은 이를 경계한 것이다. 또 산란기 직전인 겨울에 가장 맛이 좋고 봄철과 여름철에는 살속에 기생충이 생기므로 날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어명고에서는 ‘논자들은 시경에서 시인이 읊은 방어(魴魚)라고 한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시경’에 나오는 물고기들이 중국 황하주변의 민물고기인데 정작 우리 땅의 방어는 바다에서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선은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을까? 우리는 한자를 빌려 기록해왔고 모든 사물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였다. 그러나 중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물고기가 있다. 또 중국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물고기를 두고 서로 다르게 적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두 물고기가 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 것이다. 이는 물고기뿐 아니라 모든 사물의 이름에도 해당된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한자를 도입해서 우리말로 표기할 때 생기는 문제이다. 방(魴)자의 뜻은 ‘방어 방’이다. 또 편(鯿)자 역시 ‘방어 편’이다. 방(方)자는 ‘모가 난’ 것이고 편(扁)자는 ‘넓적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전의 방어는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둥그런 방어가 아니라 ‘모난 물고기’를 말하는 것이다. 당초 한자사전을 만들 때 이 두 글자의 정확한 뜻을 제대로 우리말로 밝히지 못한 것이다. 중국의 글에 나오는 방(魴)은 바닷물고기가 아닌 민물에 사는 편어를 말한 것이다.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이 청나라에 갔을 때 방어와 관련되어 기록한 것이 있다. “내가 일찍이 우리나라의 연어와 방어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나는 것을 보려고 주방에 말하여 두었더니 이날 비로소 구해 들여왔다. 련어(    魚)는 껍질과 살결은 우리나라의 것과 방불하나 잔가시가 많으며 방어(魴魚)는 우리나라의 병어(甁魚)와 같으나 조금 긴 데다 모두 민물고기이다〔皆川魚也〕. 련어는 구워 먹는 것이 좋고 방어는 회를 치기에 좋다『老稼齋燕行日記)』” 어명고에 “편(鯿)은 즉 방어(魴 魚)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중국의 민물에 사는 편어는 납작하고(扁) 모지게(方) 생긴 민물고기로 여러 종류가 있지만 무창어(武昌魚)가 대표적이며 현재도 방어라고도 불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