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98호 사망·실종선원 의사자 인정을 요청하며”
“금양98호 사망·실종선원 의사자 인정을 요청하며”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04.28 19:27
  • 호수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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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사회와 정부의 관심 상대적으로 소홀해 너무 안타까워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간절한 소망 수용하길 기대

존경하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님

국민의 보건과 복지증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오신 장관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본인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대표하여 이번에 천안함 수색작업중 침몰한 금양호 선원들을 의사자로 인정해 주실 것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지난 3월 26일 우리나라의 바다를 굳건하게 지키던 해군 초계함이 우리 영해에서 침몰되는 휴전이후 미증유의 사태로 온 국민은 충격과 함께 커다란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천안함의 함미는 인양됐고 함수도 인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사한 장병들의 구조 활동을 하면서 초개처럼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희생정신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색과 구조활동에 앞장섰던 군인들과 인근 어부들은 내형제 내자식을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바다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습니다. 그리고 금양98호가 침몰되어 선원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는 참변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농어업인의 민생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참으로 비통한 심정입니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스러져간 고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희생장병들의 숭고한 나라사랑을 기리고 위로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예우에도 한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에 못지않게 실종된 장병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신, 역시 차가운 바다속에 배와 함께 침몰하여 유명을 달리한 선원들을 예우하는 데에도 모자람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양98호 선원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부의 수색협조 요청이 있었다지만 어떤 이해타산을 했더라면 생업까지 제쳐둔 채 위험을 무릅쓰고 그물이 찢길 때까지 바다밑을 훑었겠습니까?

요즘 신문에서 ‘금양호는 홀대 넘어 찬밥’, ‘죽음도 차별하고 차등을 두나’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선원 김종평씨와 인도네시아인 누르카효씨의 빈소에는 상주도, 목놓아 울어줄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위원장으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만약, 이러한 사람들을 국가가 보듬어주고 예우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과 국가를 위해 그 누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겠습니까?

장관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하여 예우와 지원을 함으로써 의사상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입니다. 이번 금양98호 선원들은 천안함의 실종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인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수색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귀환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한 의로운 죽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장관님과 저의 생각이 다르지 않으며, 모든 국민의 마음도 한가지로 같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금양98호는 귀항하던 도중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구조활동중의 사고로 볼 수 없다라든지, 혹은 의사자 선정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든지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에서의 구조활동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육지에서와는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구조지역으로 오고 가는 것이 구조작업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양98호는 조업을 하다가 침몰한 것이 아닙니다. 수색을 마치고 어둠속에서 이동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구조활동인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자 선정은 그 숫자가 많고 적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의로운 행위 그 자체로 판단해야 옳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장관님,

자칫 법조문의 유권해석에 지나치게 얽매인다면 그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장자’의 열어구편에는 도룡지기(屠龍之技)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주팽만이라는 사람이 용을 죽이는 방법을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탕진하고 삼 년만에야 그 재주를 이뤘지만 그것을 써먹을 곳이 없었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사소로운 일이나 법규에 지나치게 얽매여 큰 성취(나라를 경영하는 것)를 이룰 수 없음을 경계한 뜻일 것입니다.

부디 금양98호의 선원들이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되도록 해주시기를 우리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모든 위원들과 함께 위원장으로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바다보다 푸르렀던 그 이름들을 가슴에 묻습니다’추모게시판에 있던 글입니다. ‘그 이름들’ 한켠에는 금양호 선원들도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마땅합니다.

그리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단결되고 희망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장관님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하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2010년 4월 22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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