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고군산도
[우리 바다 여행] 고군산도
  • 배석환
  • 승인 2016.12.15 15:15
  • 호수 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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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정의 시작, 고군산도

▲ 신시도에서 바라본 연륙교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새만금 방조제의 곧게 뻗은 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린다. 주말이면 낚시를 즐기거나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로 방조제는 활기가 넘친다. 

그 길 중간에 사람들의 휴식처를 자처하는 섬이 신시도다. 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군산 8경에 속하는 고군산도에 포함돼 있는 외로운 섬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길의 출발점이자 앞으로 고군산도 여행을 변화시키는 길목이다.

▲ 굴을 팔고 있는 무녀도 어업인
▲ 신시도에서 바라본 연륙교



과거 고군산도는 군산항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을 달려야 갈 수 있었던 곳이다. 신이 노닐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를 비롯해 여러 섬들이 모여 바다위에 하나의 정원을 만들어 놓은 듯 섬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했던 바다위 정원은 새만금간척사업을 통해 고군산도에 포함되는 신시도에 방조제가 지나가면서 점차 신비함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여러 섬들이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그 안에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은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비경의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더디게 변할 줄 알았던 섬 풍경들은 신시도를 기점으로 무녀도와 이어지는 도로와 다리가 놓여지면서 육지로 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시간과 날씨 제약이 있는 뱃길에 의존하지 않고 원하면 언제든지 무녀도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해 진 것이다. 또한 2018년 1월이면 무녀도부터 선유도, 그리고 장자도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모두 완공이 된다고 하니 아마도 군산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던 선유도행 여객선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지 모른다.

▲ 갑오징어가 말려지고 있는 무녀도
왕복 2차선 다리는 아직 공사중인 구간이 있어 군데군데 차량 흐름이 더디게 이어진다. 더욱이 섬과 섬을 이어 놓은 다리가 주는 비경에 취한 사람들이 도로에 차를 세워 놓은 경우가 많아 시원한 드라이빙을 즐기기 힘들다. 그럴 땐 차를 잠시 세워놓고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신시도를 출발해 저 멀리 보이는 장자도까지 트레킹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다리는 지난 7월에 개통됐다. 때문에 고군산도로라는 이름만 있을 뿐 해안도로의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 걷는 걸음마다 미지의 구간을 정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녀도 초입에 임시로 만들어진 주차장은 이미 관광버스로 꽉 들어차 있다. 바다에 나가 허락된 만큼 조업을 하던 주민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위해 집을 개조하고 한적했던 해안도로는 포장마차 거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굴과 물메기, 갑오징어 등 싱싱한 수산물이 트레킹의 피로를 달래준다.

▲ 무녀도 해변
성급한 여행객들은 무리하게 차를 가지고 선유도와 무녀도를 이어주는 다리 초입까지 운전을 하지만 금방 후회한다. 걸음걸음마다 선사하는 풍경을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차가 필요 없었던 마을 도로는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운전이 서투른 사람들은 타이어 펑크가 나기 일쑤고 도로 가드레일에 부딪치는 등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겨울이라 그런지 하늘색이 시린 파란색에서 붉게 변하고 있다. 노을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발걸음이 줄어들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고군산도의 노을은 서해안 전체를 통틀어 손꼽을 정도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 황홀한 풍경을 보려고 일부러 고군산도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더욱이 물때가 잘 맞으면 무녀도 앞의 이름 모를 작은 무인도까지 바닷길이 열려 색다른 재미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섬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빛은 이제 새로운 식구인 다리위에까지 앉아 있다.  앞으로 섬 주민들의 삶속에 녹아들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고군산도 여행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부디 세속의 번잡함을 실어 나르는 길이 아닌 억겁의 세월동안 간직하고 있는 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돼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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