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사천 신수도
[우리 바다 여행] 사천 신수도
  • 배석환
  • 승인 2016.11.24 14:52
  • 호수 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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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떼기’말리는 소박한 섬, 신수도

▲ 빼떼기 말리는 신수도 주민들


삼천포항 한 모퉁이 선착장에 허름한 철부선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이 곳 지리가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이라면 분명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매표소도 없다. 철부선에 올라타면 그때서야 뱃삯을 지불한다. 자동차는 한 번 운항 시 4대만 운반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느긋하게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했다가 허탈한 웃음만 짓는다. 다음 운항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 신수본동마을 전경
10분 남짓이면 섬에 도착한다. 작은 섬이지만 부락을 이루고 사는 곳이 두 곳이다. 그래서 내리는 곳도 두 곳이다. 먼저 대구마을에 내리고 다음 신수본동마을이다. 섬 내를 차로 이동하면 1시간에 모두 돌아 볼 수 있지만 도보로 이동한다면 3시간 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

신수도는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는 유인도중 가장 큰 섬이다. 삼천포항에서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내달릴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나 주말이면 캠핑족들로 부산하다. 높은 산이 없다. 언덕배기를 조금만 오르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신수도는  2010년 ‘한국의 명품섬 BEST 10’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도 섬 둘레길 때문일 것이다.

▲ 신수본동마을 전경
섬 여행때 가장 애로사항은 섬 가운데 우뚝 솟은 산봉우리 때문에 산행을 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신수도는 자동차 혹은 자전거로 섬 둘레를 둘러볼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즐기거나 챙겨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다.

마지막 가을 햇살이 섬 전체를 뜨겁게 달구면 신수도 마을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구마를 말린다. 고구마 자체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얇게 자른 ‘빼떼기’행태다. 여기는‘빼떼기’가 길가에 지천이다. 지금은 겨울철에 먹을 것이 흔해졌지만 예전 끼니 걱정하던 시절 빼떼기는 없어서는 안될 먹을거리 였다고 한다. 지금 신수도 빼떼기는 먹거리 용도라기 보다는 발효액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전량 농협에서 수거해 가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부업으로 말리는 것이라 한다.

▲ 신수도 해안길
고구마와 더불어 신수도를 대표하는 것이 또하나 있는데 바로 고사리다. 봄이면 망태기 하나 가득 고사리가 담겨져 고구마가 차지했던 그 자리를 고사리가 대신한다. 산이 높지 않은 섬인데 고사리가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신수도는 고사리를 밭에서 기른다. 그래서 ‘고사리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구마을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 걸으니 어느새 섬의 절반을 지나고 있다. 저 멀리 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그 중간에 수많은 어선들이 빼곡히 자리 잡았다. 그물을 올리는 모습이 없는 걸로 보아 대부분 낚싯배다. 신수도 근처 해안은 이 시기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인다. 배를 구하지 못한 이들도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던지면 손쉽게 주꾸미를 건져 올릴 수 있어 섬 전체가 하나의 낚시터가 된다. 낚싯배들이 다니는 길목에 죽방렴도 보인다. 이제는 멸치가 나는 시기가 지났는 지 앙상한 지주목만이 파도에 맞서고 있다.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추섬은 아직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아 그저 멀리서만 지켜본다.

▲ 신수분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신수본동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신수분교는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터다. 학교 입구엔 짙은 파란색 닻 모양 조형물이 놓여져있다. 섬학교다운 조형물인 듯 싶다. 학교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니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섬 유일의 잡화점엔 빼떼기를 포장하려는 주민들이 줄지어 서있다. 곧 들어올 마지막 철부선에 싣기 위함이다.

내리는 곳은 두 곳이지만 삼천포항으로 나가는 곳은 신수항 선착장 한 곳이다. 사람들이야 쉽게 오르내리니 상관이 없는데 자동차의 경우 대구마을 선착장은 내리는 것은 되는데 타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겨울이 가까워 그런지 5시가 조금 넘었는데 신수항 등대 뒤로 해가 기울어 간다. 주말 나들이를 떠나는 주민들과 빼떼기로 가득한 철부선이 마지막 배라고 알리는 뱃고동 소리를 내며 유유히 신수도를 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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