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부활해야 하는 까닭
해양경찰청이 부활해야 하는 까닭
  • 이명수
  • 승인 2016.10.20 11:55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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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상처를 안겼다.

이 참사는 국가 안전망의 재구축을 촉발했고 해상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해양경찰청은 2014년 5월 해체의 명운(命運)을 맞고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본부)로 흡수됐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수사권과 정보 기능이 경찰청으로 넘어가 사실상 국가 공권력으로서의 위상이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희생양인 해양경찰청 해체가 2년을 훌쩍 넘긴 지금 부활론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여야 등 정치권이 해경 부활을 둘러싸고 공방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활론이 제기된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폭제가 된 것은 해경본부 고속단정이 불법 중국어선이 침몰시킨 사건이다. 지난 7일 오후 1시경 소청도 남서 40해리(특정해역 4해리 침범)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법 중국어선이 우리 단정을 잇따라 추돌해 침몰시킨 게 계기였다.

떼지어 도끼와 쇠창살 등 흉기로 무장해 불법조업을 일삼는 대형 중국어선을 단속하기엔 4.5톤의 단정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해경 해체 이후 경찰신분이 아닌 해경대원으로 불법조업을 단속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권력을 우습게 본 중국의 도발이었다.

만약 해양경찰청이 존속해 있었다면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겠는가 하는 답답함이 들 정도로 우리 공권력이 크게 훼손됐다.

해경은 물론 군과 경찰 등은 조직 특성상 구성원들의 사기(士氣)가 그 어떤 조직보다 우선된다. 따라서 해경 해체 이후 떨어진 사기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동안에도 극악한 중국 불법조업이 줄지않고 활개를 치고 있는데 따라 언제든 해경부활론은 잠재해 있었다.

지난 14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도 해경부활론이 제기됐다. 무차별적인 중국 불법조업으로 해양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해경을 부활해야 한다는 여야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고속단정 침몰사건으로 정부가 중국 불법어선에 무력사용을 가능토록 하는 처방까지 내렸지만 실전에서의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되레 대한민국 공권력을 위협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존재하는 한 국민안전처 소속 해경대원이 함포를 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시각이다.

해양경찰청 부활을 여야 정쟁을 떠나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해경부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역량과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해양경찰청 존속 당시 기능과 역할이 털린 상태에서 아무리 강력한 대응책이 나오더라도 해경부활보다 나은 해법은 없다.

해경본부는 고속단정 사고 이후 지난 13일 정부합동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강화대책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공용화기 사용 세부지침’ 등을 마련하기 위해 5개 지방해경본부장과 18개 해경서장이 전국 화상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유사시 현장에서 매뉴얼에 따라 의연하고 당당하게 업무에 임한다는 철저한 사명감을 구성원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단정 사건 뿐만아니라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로 2011년 12월 이청호 인천해경 특공대원, 2008년 9월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의 안타까운 죽음같은 일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가 그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면 중국 불법조업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독자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해양주권과 공권력을 당당히 지켜내는 해양경찰청 부활을 진정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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