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발언대] 구멍 뚫린 그물 같은 中 어선 검문
[조선일보 발언대] 구멍 뚫린 그물 같은 中 어선 검문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10.20 11:55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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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이제 꽃게 몇 마리를 누가 잡아가느냐는 문제를 벗어났다. '국가란 무엇인가?' '해양 주권은 목숨 걸고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어업인들의 분노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해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날로 흉포화하는 불법 중국 어선은 대한민국의 공권력마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엄연한 대한민국 바다에서 한국 어선이 중국 어선을 피해 도망쳐야만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있는 곳에서 우리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중국 어선 수만 척이 제집 드나들 듯 동·서·남해를 출입하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긴급 피항'이라는 명목으로 몰려온 중국 어선들이 대한민국 항·포구 곳곳을 새카맣게 뒤덮는다.

그중 우리 해경에 정식으로 사전 신고를 하고 입항한 중국 어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피항 어선 검문 검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가는 실정이다. 일본은 피항 외국 어선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검문 검색을 집요하고도 철저하게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배들은 일본 근해에서 조업하다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미리 한국으로 피신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항·포구는 중국 어선들의 전진기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우리 수역에서 잡은 수산물이 한국으로 수입된다. 이는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잡은 고기를 우리가 팔아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긴급 피항 시 검문 검색을 대폭 강화해 쉽사리 한국으로 피항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우리를 얕잡아보고 마음대로 출입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 바다를 지키는 사람은 바다를 지키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중국과의 외교·군사적 마찰이 고조될 수 있지만 외교적 문제는 외교부에서, 군사적 문제는 국방부에서 눈치 보지 말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우리가 해방 이후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 땅의 후손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저 바다의 풍요를 우리 후손이 길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조선일보 2016년 10월 17일(월) 자 33면 오피니언에 실린 기고를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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