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9.29 15:26
  • 호수 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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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저자 백영옥  -출판사 아르테(arte)

“이 전환점을 돌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 뒤엔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초록지붕 집의 꿈 많은 수다쟁이 소녀, 앤 셜리, ’주근깨 빼빼머리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노래의 주인공, ‘빨강머리 앤’이 소설가 백영옥과 함께 돌아왔다.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에 발표한 ‘그린 게이블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지금까지 명작으로 추앙받으며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 영향력에 힘입어 1979년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손끝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후지TV의 ‘세계명작극장’편에 방영됐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1970~1980년대 한국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어디에서나 가장 좋은 것을 상상하는 역대 최강 ‘밝음’의 아이콘이 되었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애인의 애인에게’까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작가 백영옥에게도 빨강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속 앤이 아니라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빨강머리 앤’이었다.

작은 기쁨부터 큰 슬픔까지, 소녀시절을 수놓는 마음들을 쉴 새 없이 나누었던 앤과의 추억, 그리고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고비마다 뜻밖의 위안과 웃음과 눈물을 선물한 앤의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어른으로의 삶을 헤쳐가야 할, 일과 연애와 꿈의 좌절에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할 날들을 다독이는 격려의 말로 되살려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터무니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던 앤을, 그 시절 마음에 깊이 새겼던 앤의 모습들과 함께 추억하는 일은, 우리가 한 번뿐인 삶을 사는 동안 가장 소중한 때를 놓치지 않고, 어쩌면 바로 지금쯤 돌아보아야 할 따뜻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는 일이다.

10년 전 봄,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를 누를 힘이 없었지만, ‘빨강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는 내 인생 유일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마가 툭 불거져 나온 이 수다쟁이 소녀는 내게 쉬지 않고 말이란 걸 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기억 속,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깊이 새겨졌던 빨강머리 앤의 사랑스러운 말들을 다시 불러오며, 지금의 삶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와 찡함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채워가는 책이다. 작가가 신춘문예에 10년 내내 낙방했던 실패담, 첫사랑과의 이별,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과도한 욕망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들, 평생의 반려자와 나눌 수 있는 우정과 믿음의 신호들을 꺼내 보여주며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기는 것보다는 지지 않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중요하다고, 새로운 시작은 바로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씩씩한 마음을 건네주는 책이다. 앤이 모아주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느껴보며 힘겨운 선택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앞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우리의 어깨를 말없이 끌어안고 작은 행복을 아낌없이 누리는 법을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책속으로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의 외로움은 조금 더 증폭돼 내게 고독의 형태로 다가와 있었다. 내가 선택한 건 24시간 연결이 아닌 타인과 단절된 채,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였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건 행복이 아니라 다행스러움이었다. ‘무엇을 할 자유’가 아니라,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며, 나는 정말 그렇게 느꼈다. 이곳까지 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165쪽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도 정이 흠뻑 드는 나이가 10대와 20대가 아닐까.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 나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나이 말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란 말의 본래의 뜻은 ‘누구와도 쉽게 헤어질 수 있다’란 말과 같다. 그 말을 이해할 즈음의 어느 가을밤에는, 문득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걸 알고 좀 아득해지긴 하겠지만. 
- 〈지금 이별 때문에 울고 있다면〉,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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