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나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적당히 나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 김병곤
  • 승인 2016.09.08 13:24
  • 호수 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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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사상가 C.S. 루이스는 ‘적당히 나쁜 사람은 자신이 아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철저하게 나쁜 사람은 자신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은 선과 악 양자에 대해 알지만 나쁜 사람은 둘 다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현실에서 ‘적당히 나쁜 사람(Moderately Bad Person)’이 더 문제다. 적당히 라는 애매모호한 말처럼 적당히 나쁜 사람은 순수하게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위선적일지언정 나름의 가치기준과 도덕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으로 규정한다. 종교적 맥락에서 한 말이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욕망과 상대적으로 사소하고 나쁜 짓에는 묵인해 버리지만 타인들에게는 엄격하고 고결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모순적 인간상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는 시쳇말처럼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인간들이다.
이들은 커다란 위험 부담과 법의 강제력 앞에서는 언제든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군상들이다. 위선으로 점철됐을지언정 그것이 옳은 일이 아니어도 자신들의 개인적인 행동원칙만 지킨다.

적당히 나쁜 사람들은 조직에 몸담을 때 높은 사람들과 거래를 위해 자신들의 세력을 총동원한다. 회사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몇 가지 위법한 일들이나 거래처와의 불법거래에 참가하기도 하고 그로부터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승진하기 위해 상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적극 돕고 어느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의를 지키는 상사고, 가정에서는  엄한 가장이고, 효자며, 거짓말하는 자녀들을 호되게 꾸짖고 성실과 정직의 덕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득권을 뺏기거나 현직에서 물러나면 조직비판에 열을 올린다.

언제부터인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만 나무란다’는 오랜 속담처럼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타인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사회적 현상만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이러한 인간들이 우리 일상에 깊이 기생하고 있다.

우리 수협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퇴직한 선배들이 조직을 흠집 내며 흔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씁쓸하다.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수협을 거쳐 간 선배들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이른다. 시절마다 일부 선배들은 마치 수협이 자신들의 전유물인냥 조직을 비판하고 후배들의 밥그릇을 존중하지 않았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자신이 조직에 있을 때 일어난 문제들을 들춰내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자행하는 일도 일어난다. 조직은 그들에게 30년이 넘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흔들어대고 본다는 식이다. 물론 공익적인 문제에 조직이 잘못됐다면 마땅히 바로 잡아주는 것이 선배들의 몫이다. 터무니없는 소문과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조직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죽는 것은 조조군사다. 묵묵히 일하는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

이러한 일들은 늘 언론들에게 먹잇감이 된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들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마치 조직 전체가 부패집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나 조직은 영원해야 한다.  선배들은 앞에서 끌어주고 후배들이 뒤에서 밀면 아무리 가파른 언덕도 넘을 수 있고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음험한 조직 흔들기를 접고 후배들을 생각하는 선배들이었으면 한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악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던진 돌멩이가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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