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또 바다·해산물인가?
콜레라, 또 바다·해산물인가?
  • 이명수
  • 승인 2016.09.01 14:38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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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지난 5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밀페된 실험주택 주방에서 요리할 때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게 고등어 구이라고 공개했다.

이후 많은 언론들이 미세먼지의 주범이 고등어 구이라고 앞다퉈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부는 뒤늦게 고등어가 대기중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으며 주방에서 요리할 경우 환기를 철저히 해 미세먼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였고 언론 보도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등어 업계가 이미 치명상을 입은 뒤였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3일 15년만에 국내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역학조사 경과보고를 통해 해수와 어패류를 그 원인으로 추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8월 28일 환경 검체 검사 결과 해수와 어류에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일단 밝혀졌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섣부른 추정에 콜레라 발생 발원지로 지목됐던 경남 남해바다와 해산물이 심각한 피해 여파 속에 들어갔다.  

경남 통영 횟집이나 수산시장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며 이 지역 어업인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폭염에 고수온, 적조 등 자연재해로 인해 하얀 배를 드러내놓고 폐사한 어류를 보면서 커다란 시름에 잠긴 어업인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다 주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알권리를 전달해 줄 의무는 있지만 급급하게 추정하거나 본질과 벗어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내용을 알린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다.

그동안 국립수산과학원이 매월 전국 연안의 시료를 채취해 콜레라를 비롯 비브리오균 등 병원성 세균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생 사실이 없다는 것만 봐도 이번 보건당국의 발표는 행정편의적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바다라는 공간이기에 던져 본 추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하다. 

현재 남해바다 어업인들은 이번 보건당국의 발표에 강력 반발하면서 무책임한 정부 처사를 성토하는 모습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해산물 판매가 격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또다시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걸핏하면 바다, 해산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언제까지 되풀이 돼야 하는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흔히 바다오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육상오염원이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바다는 원활한 자정작용으로 사실상 자연발생적인 오염은 드물다. 생활하수, 육상폐기물 등 육상으로부터 비롯되는 오염원들이 바다오염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다.  

바다오염을 지적하기 이전에 육상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게 우선이다. 국가 환경정책도 이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바다모래 채취, 조력발전소 건립 등 바다를 훼손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한 바다와 어장은 황폐화되고 국민들은 더러운 바다와 오염된 해산물을 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망각한 채 문제가 생기면 바다이고 해산물이 주범인 듯한 오보를 날리고 있는 행태야 말로 한심한 국가 인식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어패류를 콜레라와 연계시키는 것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콜레라 역학조사 경과에서도 일단 입증되고 있다.

고수온으로 심대한 수산피해를 입어 고통받고 있는 어업인을 옥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더 이상 어가경제를 망치는 정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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